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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무성한 녹음 속에 가을이 지나는데, 연못 물빛이 제 색깔을 잃은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고여 있는 물이라 항상 깨끗할 수는 없겠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관람객들을 위한 당국의 노력이 부족한 듯 싶었다. 창덕궁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과 내국인들에게 자랑스러운 궁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어야 할 터인데, 녹조 낀 연못은 그만 두고라도, 궁궐 방문에 구멍 뚫린 문창호지와, 아무렇게나 벗겨 띁져 나간 벽지와 장판지들의 모습에서 조금은 쓸쓸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1. 부용정 주변

 

 

 

과거 시험을 치뤘다는 영화당 앞마당

 

 

2.연경당 주변

 

 

 

 

3. 존덕정 주변

 

 

왕자들의 걸음걸이를 가르쳤다는 팔자 걸음 돌판

 


존덕정 천정의 황룡과 청룡 그림

 

 

 

4. 옥류천 주변

 

 

 

소요정 옆에는 유상곡수(流觴曲水)를 하는 소요암의 곡수구(曲水溝)가 파여 있고 옥류천의 물이 폭포로 떨어진다.
소요암에는 1690년에 숙종께서 쓰신 오언시가 소요암벽에 새겨있다. ‘飛流三百尺(비류삼백척) 遙落九天來(요락구천래) 看是白虹起(간시백홍기) 飜成萬壑雷(번성만학뢰)흐르는 물은 3백척 나르고, 흘러 떨어지는 물은 멀리 구천에서 오며 이를 보니 흰 무지개가 일고, 온 골짜기에 천둥과 번개를 이룬다.’ 하였다. 임금께서 한가하시니 불현듯 장난끼가 돌아 과장하셨나 보다. 시 아래 옥류천이라 쓰인 글씨도 숙종대왕의 어필이라고 한다.

 

임금께서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술을 마시며 시를 직소 놀았다는 유상곡수터

 

 

  마침, 쉬는 토요일, 놀토날이라 무리져 견학 나온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인솔자 없이 아이들끼리 모여 온 모양이었는데, 어찌나 떠들고 장난치는지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바짝 마른 흙바닥을 발로 차올리며 노는 통에 먼지가 펄펄 피어 올랐으나 제지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한 마디했더니, 잠깐 조심하는 듯 했으나, 다른 장소에서 사내애나 여자애나 또 마찬가지였다. 100여 명 이상을 끌고 다니면서 안내하고 설명하는 해설사조차 힘겨워 했다. 집에서 키우는 귀한 자식들이라 기죽지 않게 키워서일까. 공중도덕은 그만두고라도, 아름다운 고궁의 후원에서 민폐 끼치는 어린애들의 행동을 누가 똑바로 가르쳐 줄 것인가. 참으로 개탄스러웠다.

  전철 안에서 장난치거나, 식당 안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제발 어른들부터 모범을 보이고, 자식들에게 민폐끼치지 않도록 잘 가르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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