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남대문인 팔달문을 보러 갔는데, 아직도 보수 중이었다. 서울 숭례문처럼 커다란 겉집 안에서 그 모습을 감춘 채 수리하고 있는 중이어서 아쉬웠다. 겉집 밖에 팔달문의 사진을 크게 붙여 이해를 도왔으나 실물보다 아름답지 않았다. 과거 수원의 중심이었던 남문시장이 있어서, 대부분의 수원시내버스가 이곳을 지나간다. 4통 8달(四通八達)하여 모든 곳의 중심이 되라는 정조대왕의 뜻으로 화성의 主山은 팔달산이 되었고 화성의 남문은 팔달문이 되었다.
팔달문에서 서쪽 방향인 팔달산을 가파른 성벽을 끼고 타박타박 올랐다. 오르는 중간에 홍난파의 '고향의 봄'노래비가 보였다. 한 때 팔달산의 명소로 유명했으나, 홍난파의 친일행적이 드러난 지금에는 그저 빛바랜 비석이 되었나 싶다. 성벽 아래 계단으로 오르는데, 이 성벽이 화성의 최남단이다. 팔달산 높은 등성이에서 성벽이 북쪽으로 휘어지고, 그 분기점에 작은 성문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서남암문이다.
팔달문에서 서남 암문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
서남 암문, 암문은 적들 몰래 출입하는 문인데, 이 암문은 누각이 있다. 이 암문 밖은 성밖이 아니라, 치성처럼 돌출된 성채가 산 줄기를 타고 수십 미터남으로 뻩어 있다.
서남 암문 밖, 돌출된 성채가 밖으로 길게 돌출되어 있다.
서남암문 밖 돌출된 성채 끝지점에 있는 망루 겸 지휘소는 서남각루로 '화양루'란 현판이 붙었다. '華'는 화성의 첫 글자이고, '陽'은 남쪽이라는 뜻이란다. 본디 '陽'은 물의 북쪽을 일컫는 글자일 텐데...
다시 성벽을 따라 서남암문을 통해 북으로 올라가면, 경기도청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데, 그곳에 휴게소가 있다. 성밖으로 나가면, 화성에서 제일 운치 있는 소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성벽 아래로 소나무들을 벗 삼아 걸으면 돌출된 곳에서 적들을 향해 대포를 쏠 수 있는 서포루가 나타난다.
서포루를 지나면 소나무 숲 사이로우뚝 솟은 서장대가 보인다. 팔달산 서쪽 아래에서 올라오는 길과 성벽길이 만나는 데, 그 지점에 성 안으로 은밀하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서암문이 있다.
화성 안으로 적군 몰래 아군들이 출입할 수 있는 서암문
암문 밖 소나무 - 소나무마다 번호표를 붙여 관리받고 있었다.
서암문 계단을 오르면 화성의 지휘소인 화성장대가 나타난다. 화성장대는 팔달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어서 화성의 모든 부분을 바라보고 지휘할 수 있다. 화성장대 바로 아래에는 정조대왕이 아버지 능행차 때 쉬어 가셨던 행궁이 있다.
화성장대 뒤편에서 바라본 팔달산 동쪽의 수원시
화성장대에서 행궁으로 내려가는 계단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행궁 광장 오른편, 화성 홍보실에 걸려 있는 수원의 옛 지도. 이 지도에 의하면, 원래 수원부는 사도세자 장조대왕의 능이 있는 화산 아래란다.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성한 후, 화산 아래에 있던 수원부를 화성 안으로 옮기고, 양주 배봉산에 있던 아버지의 묘를 화산 아래로 이장했다고 한다. 과거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던 수원이 해방 이후수원과 화성으로 나뉘었는데, 그 지명이 서로 바뀌어, 본래 수원이 화성이 되었고, 정조대왕의 화성이 수원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수원시와 화성시, 오산시가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괜한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1872년 수원부 지도- 아래로 충청도와 경계를 이루는 평택만까지가 수원부의 영역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