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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고양이, 아기 렉돌(1) 고양이라면 질색이었다. 어려서 키우던 고양이를 안았다가 왼쪽 팔에 심한 할큄을 당하고 나서 고양이는 트라우마의 대상이었다. 그 후로는 고양이에게 선뜻 다가가지 않았다. 과거 군부대에선 고양이는 필수 군수품으로, 군량을 훔쳐먹는 쥐를 잡는 은밀하고 뛰어난 병사였다. 그런 탓에 겨울이면 취사반 아궁이 옆에서 잠을 자는 특권도 누릴 수 있었고, 달 밝은 밤에는 탈영하여 갓난애 울음 같은, 짝을 부르는 구애의 소리로 부대 주변 산속을 헤집어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깊은 밤을 지키는 초병에게 고양이 울음소리는 음산한 귀곡성 같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들고양이들이 가까이 어술렁거리면 발을 굴러 멀리 내쫓곤 했다. 우리나라 들고양이들은 사람들을 몹시 경계한다. 길에서 사람과 마주치면 움찔하며 눈치를 살피면서 여..
질풍노도 해돋이를 보러 나갔지만, 수평선 위에 구름이 두텁게 앉았다. 겨울바다에는 파도를 나르는 세찬 바람과 바다 위를 떼 지어 나는 새떼 뿐이었다. 해도 떠오르지 않은 춥고 이른 아침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람과 파도와 싸우는 새떼의 모습에서 비장함을 느껴 보았다.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대신에 생존을 위해 먹이를 구해야만 하는 새들의 비상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사를 돌아다보았다. 햇살이 퍼지고 구름이 걷히자, 바다는 망망한 수평선을 맑고 투명한 하늘아래 깔고 눕는다. 수평선 너머로부터 바람에 실려 떠밀려 온 물살들이 바위에 장렬하게 부딪힌다. 하얀 포말들을 허공에 뿌리고는 장렬하게 산화한다. 파도 잃는 바람은 나그네를 스치곤 땅 위로 고함치며 올라선다. 그 뒤로 또 밀려드는 질풍노도(疾風怒濤)! 疾風怒濤! 疾..
연꽃
봄의 전령사 뒷공원에 활짝 핀 홍매화. 아직 날씨는 쌀쌀하고 추운데... ...
겨울 파도 2016년 1월 18일, 주문진, 겨울 파도
겨울 봄 여름에 내리지 않던 비가 가을부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겨울 들어서도 비로 내리더니 갑작스레 새벽부터 눈보라가 휘날렸다. 바람이 불며 간혹 햇빛까지 내비치며 내리던 눈이었는데 인적이 없는 곳엔 제법 수북하게 쌓였다. 가뭄 때문에 고생한다더니 이젠 비 때문에 가을걷이를 망쳤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나저러나 참 말 많은 인간들이다. 제뜻에 제맘에 맞는 세상일이 얼마나 되랴 싶은데 투덜거림은 언제나 끝이 없다.  자연에 겸손하며 살자. 가뭄의 고통을 느꼈거든 감사하며 살아가자. 내린 눈에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게 반가이 맞은 초겨울의 풍성한 눈이었다.
노고단 일출 지리산 온천지구에서 바라본 지리산 일출
조선청화백자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청화백자전에서 인상깊은 몇 작품들...
2014 가을 가는 세월 잡을 수 있나. 금년 가을도 낙엽만 남기고 떠나가누나. 조여청사 모성설(朝如靑絲 暮成雪)이라. 길지도 않은 인생 하루살이 같아라.
임실 옥정호 붕어섬 설리 휴게소 주차장에서 국사봉 전망대에서
궁예미륵을 모신 국사암 쌍미륵사 언덕에서 내려오면서 포장도로가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왼쪽은 차량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시멘트길인 작은 삼거리에 국사암 이정표가 서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을 줄 알고, 삼거리 길가에 차를 세우고, 국사암을 향해 걸었으나, 좁은 시멘트길이 끝이 없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되돌아와 차를 타고 좁은 시멘트 도로로 조심스럽게 한참을 올라갔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피할 공간도 없어 불안했으나, 국사암 주차장까지 탈없이 올라갔다. 차량출입금지란 팻말을 보고, 까맣게 보이는 올려다 보이는 국사암을 보고 걸어 올라가려니 맥이 빠졌다. 그때, 승용차 한 대가 그 가파른 비탈길을 망설임도 없이 우리를 스쳐 올라갔다. 나도 용기를 내어 다시 차에 올라 비탈길을 오르는데, 그런 급경사는 처음 올라보는 ..
궁예의 전설이 깃든 쌍미륵사 대한불교 법상종 본산인 안성시 삼죽면 쌍미륵사. 규모는 작은 절이었지만, 궁예의 전설이 살아깃든 유서깊은 사찰이었다. 법상종이란 종파도 금시초문이었지만, 이 작은 절이 법상종의 총본산이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황석영 소설 "장길산"을 읽으며, 소설 속에 미륵신앙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화순의 운주사를 일부러 찾아 가보기도 했지만, 수도권인 안성에 거대한 쌍미륵불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미륵불은 불교에서 석가모니불의 뒤를 이어 56억 7000만년이란 까마득한 훗날 홀연히 출현해 세 번의 설법으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불이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긴 시간. 그러나 아무리 먼 시간이라도 미륵 출현은 날은 잡혀 있는 것이니 도래의 희망만큼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뒤 미륵이 도래하는 미래세상은 ..
전설이 숨쉬는 칠장사 이번 칠장사 방문은 세 번 째였다. 처음은 sbs에서 드라마 "임꺽정"을 방영할 때, 그 배경이라 해서 찾아갔었고, 두 번 째는 2년 전쯤, 이른 봄에 지나는 길에 들렀었다. 이번엔, 이른 봄의 모습이 쓸쓸해서 녹음이 우거진 모습을 보러 갔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명부전 아래 건물 툇마루에 앉았다가 문화해설가를 만나 이것저것 칠장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때마침 그분도 무료했었던지 칠장사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냈다. 고려시대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이 절을 중건하기 위해 내려왔는데, 퇴락한 사찰에 도적들이 숨어 살고 있었다고 한다. 7인의 도적들이 혜소국사의 도력에 감화되어, 지난 일을 회개하고 탈속하여 현자로 거듭나서 나한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나한 이야기가 있는 곳은 ..
안성 서일농원 전통 된장으로 농원을 일군 서일농원, 최근 MBC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이 높아, 호기심에찾았다. 요즘은 집에서도 담그지 않는 된장, 간장, 고추장을농원에서 만든다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그덕에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얻고 있으니, 우리네 전통 조리법이 각광받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좋았다. 널찍한 주차장엔 이미 많은 차들이 있었다. 마치관광지처럼 유명세를 타는 모습이었다. 안내도를 따라 농원을 한 바쿠 둘러 보았다. 넓은 부지에 아름답게 정원을 꾸미고, 주인이 만든 된장으로 맛을 내는 식당을 내고, 그 뒤엔 무수한 항아리들이 구수한 된장 냄새를 풍기는 장독대를 펼쳐 놓았다. 작은 구릉 같은 언덕엔 과수원을 꾸미고 전망 좋은 곳곳에 정자를 만들어 운치를 주었다. 이른바 녹색 산업이다. 우리의 먹거리를..
수원 화성, 남수문 복원 수원화성 축성과 함께 1796년 완공된 남수문은 일제강점기인 1922년 대홍수로 유실된 후, 1927년 완전 철거되어 사라진지85년 만에 복원되었다.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 인근의 남문시장과 지동시장 사이를 흐르는 수원천에 세워진 남수문은 북쪽의 수문인 화홍문과 짝을 이루는 화성의 수문이다. 남수문 아래 수원천은90년대 복개되었다가, 작년에 복개구간을 해체하여, 예전의 하천으로 되돌린 바 있다.
곰배령 가는 길목 "세파에 지치고, 병든 자들이여! 이곳으로 오라." 병들고 찌든, 세속의 삶에 지친 사람들의 재활처라는 곰배령. 내비게이션 달랑 하나 믿고 닥치고 찾아갔다. 조침령 터널 부근의 작은 삼거리에서 북쪽의 좁은 길로 접어들어, 계곡을 왼쪽에 끼고 한참을 올라가니 작은 다리가 있는 삼거리에서 포장길은 끝이 났다. 길가 이정표에 곰배령 주차장 안내판을 보고 조심스럽게 좁은 길을 터덜거리며 올랐다. 비포장 도로여서 먼지가 몹시 났다. 맞은편에서 차가 내려오면 길가에서 대기하다가 천천히 교행했다. 길 오른쪽으로 진동분교장이 있고, 드믄드믄 펜션들이 들어서 있었다. TV에서 보던 산골 풍경이 아니라 별장 같은 펜션 건물들이 대부분이어서 적잖이 실망했다. 이윽고 찾아간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해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주..
추억 속의 강촌역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갈 강촌역은 폐쇄되고 철로가 뜯겨나갔다. 젊은이들로 붐비던 플랫폼엔 포클레인이 시멘트를 뜯어내며 새로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인근의 레저촌엔 사발이 대여 영업이 한창이어서, 좁은 길을 사발이 오토바이들이 떼 지어 다니고 있었다. 향후 어떤 모습으로 바뀔는지... 간간이 역사를 찾는 사람들은 퇴락한 역사 안에서 추억이라도 캐내듯이 지난날의 흔적들을 더듬고 있었다. 기차가 서던 플랫홈엔 철로가 없어졌다. 강촌역 아래, 한산해진 카페 풍경 강촌역에서 춘천 방향으로는, 강촌 IC에서 춘천으로 나가는 새로운 교량이 놓이고 있다.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면 그의 생가터에 김유정 문학촌이 있다. 1908년 1월 11일 춘천에서 태어나 만 30년도 채우지 못하고 1937년 3월 29일 타계한 그의 고향인 춘천시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소설들을 써내었다. 실레마을 부자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 살아생전엔 호강을 누리며 자랐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의 가산탕진으로 어려운 생활을 겪었다. 일찍이 서울에 유학하여 휘문고보(徽文高普)를 거쳐 연희전문(延禧專門) 문과를 다니다 그만두었다. 대학시절 당대의 유명한 기생 박록주를 짝사랑하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폭음하며 실의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이후 고향 실레마을로 낙향하여 금병의숙을 세워 고향사람들의 문맹퇴치 운동을 하기도 했었다. 이때 겪은 고향사람들..
사라지는 낭만 열차, 김유정역 경춘선 전철이 개통이 되면서 김유정역은 폐쇄되어, 앙상한 건물만이 홀로 세월의 풍상을 겪고 있었다. 본디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 마을이자춘천의 남쪽인 이곳 실레마을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 7월 25일 사설철도인 경춘선이 놓이면서 신남역이 들어섰었다. 그 후, 춘천 - 서울간 완행열차만 운행되다가 보통급행이 생기며, 무궁화호가 지나다녔었다. 김유정을 기리고자 2004년 12월 우리나라 철도역에 최초로 역이름에 인명을 붙여 김유정역으로 개명하였다. 2010년 12월 12월 21일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본래 있던 이 역사는 폐쇄되고, 역사의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새로운 전철역사가 들어서게 되었다. 과거의 낭만을 지키려는 듯 퇴역한 무궁화 디젤기차가 쩍쩍 갈라진 누더기 페인트 옷을 입고 춘천을 향하여 ..
밀레를 닮은 화가, 박수근 미술관 박수근, 그는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세상으로 나왔다. 어려서부터 그림솜씨가 뛰어나 그의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궁핍한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들이 있었다. 국민학교시절 일본인 교장 선생님, 청년시절엔 춘천의 일본인 지방관리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인 밀러 부인 등, 이들은 진흙 속에 묻혀 있던 박수근을 도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만들었다. 한국전쟁 중, 금강산 아래 금성(지금의 금화)에서 가까스로 월남하여 처남 집에 얹혀살며 생계를 위해 미군부대 PX에서 미군들의 초상을 그렸다는 사실은 과거 100여 년의 우리 역사가 이 땅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시련이 있었는지를 알게 해 준다. 박수근 미술관에 들렸다가, 그의 행적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