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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며 미소짓는 부처님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정신줄을 놓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반가사유상 전시실이다. 어두운 방 안에 홀로 모셔진 미륵반가사유상은 너무나 신비해서 한참을 들여다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침묵 속에 잔잔한 미소로 세속의 때를 씻어낸 듯 고요한 표정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마치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부처님의 깨우침이 마음속으로 잔잔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일요일 오후 초상화 전시회에 갔다가 3층으로 달려가 사유상을 찾았다. 본디 연꽃 화관을 머리에 얹고 상체를 탈의한 채, 한 다리를 꼬고 앉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생각하며 달려갔으나, 그 자리엔 아름다운 관을 쓰고 단정하게 의상을 갖춘 78호 반가사유상이 앉아 계셨다.

  반가사유상은 우아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흐름이 일품이다. 보일 듯 말듯한 미소와 깨달음의 경지에 다가간 듯한 표정,  유려한 곡선미로 아름다움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78호 반가사유상은 태양과 초승달을 결합한 독특한 모양의 탑형 보관을 쓰고 있다. 이는 일월식 삼산관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연화관을 쓴 83호 반가사유상에 비해 화려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국보 78호는 금동일월식삼산관반가사유상(金銅日月飾三山冠半跏思惟像), 국보 83호는 금동연화관반가사유상(金銅蓮華冠半跏思惟像)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금년 교체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두 반가사유상을 교대로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엇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입가의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금동미륵반가 사유상! 한국미의 특징인 부드러운 곡선이 전신에 흐르는 가운데, 살아 숨 쉬는 듯한 얼굴에 오묘한 미소, 그 미소 뒤에 어떤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은 그야말로 동서고금 조각 예술의 압권이자 백미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 싶다.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감히 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에 비할 바 못된다. 만약, 로댕이 살아생전에 이 반가사유상을 보았다면 무뚝뚝하고 우직하게 생각하는 모양의 동상은 만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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