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은행나무에서 노란 잎들이 제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바람에 날린다.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들을 드러내 보이며, 또 한 해를 떠나보낸다.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는 한낮의 길이만큼이나 세월의 걸음이 성큼성큼 지나간다. 배고픈 어린 시절에는 배불릴 수 있는 가을을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반세기 넘은 삶을 떠나보낸 지금에는 계절의 쓸쓸함이 가슴에 저며 온다. 연록의 새순으로 세상에 머리를 내밀어 이파리 큰 녹엽이 되었다가 새빨간 단풍으로 불태우곤 바람에 팔랑팔랑 떨어지며, 우리네 인생을 반추시키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