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두물머리 끝에서 두 강이 합수하여 한강으로 흐르는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기만 했었다. 포인트를 찾지 못해서 뜨거운 땡볕만 받다가 허망하게 철수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땀이 흘러 눈을 뜨지 못할 지경이었다. 차가운 음료수 하나로 갈증을 달래었다. 때마침 양수리 장날이어서 장터를 조금 기웃거리다가 그것도 이내 지쳐, 민생고 해결차 들린 장터 식당 에어컨 바람으로 몸을 조금 추스를 수 있었다.
안 쪽으로 파인 곳의 물은 흐르지 못해서 탁하고 부유물이 떠 있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지만, 관리를 좀 했으면 좋겠다. 아무렇게나 매어 놓은 거룻배 역시, 낭만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조금만 신경을 더 쓰면,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꿀 수 있을 텐데...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찾으려 애쓰지만, 적당한 곳은 없었다. 말로만 유명한 두물머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인근에 산재한 식당들과 상점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 두물머리가 이름이 갖는 상징성 하나로 먹고 살려하지 말고, 정말로 아름다운 볼거리를 만들어서라도 제공해야 하겠다. 더구나, 저 강물은 2000만 수도권 주민들이 먹는 식수이기도 한데...
무료 미술관 겸 카페 안 풍경이다. 일반 농가를 개조해서 작은 미술관을 만들고, 그림들을 전시하며, 음료 등을 팔고 있었다. 안채로 들어가니 벽마다 나그네들의 메모지들로 가득했다. 여행의 기념이 되고, 뒤따라 찾을 지인들을 위한 기념물일까? 저 메모지들은 언제까지 저 자리에 버틸 수 있을까. 비와 햇빛, 바람에 색이 바래 글씨마저 지워져도 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곳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방문객들이 참이나 많았다. 남녀노소 두물머리 끝 느티나무 주변에서 그늘을 찾거나, 마련된 목선 위에 올라 기념사진 몇 컷 찍다가 더위에 지쳐 흩어져 갔다. 주변에 산만한 식당들과 상점들... 두물머리 위를 관통하는 엄청난 교량과 그 위를 고속으로 달려 지나가는 차량들의 굉음들이 마구 섞여 뜨거운 뙤약볕 속에 쏟아 내렸다. 기대감도 상실한 채, 몇 장의 사진이 더위 속에 땀 흘린 내 족적이라 생각하니 허망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