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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경주 양동마을

지난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에서 경주 양동 마을과 안동 하회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하회마을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했을 때 들렸던 류씨마을로 유명해서 몇 번 다녀왔지만, 경주 양동마을은 처음 듣는 마을인지라, 호기심이 컸다. 뉴스를 들으니 찰스 왕세자가 방문했던 곳이란다. 외국의 국가 원수가 방한해서 우리나라 전통마을을 찾아 보았다는 이야기는, 이 영국모자를 제외하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양동마을은 영천 지나 거의 포항 언저리에 있어서, 뜨거운 뙤약볕을 4시간여 달려 갔다. 가는 길에 차창 밖 구름이 너무 아름다웠다.


벌써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마을 입구 초등학교에 차를 주차시키고 걸어서 마을로 올라갔다. 마을 입구 초입에 허름한 가게에 사람들이 몰려 빙과류를 사먹고 있었다. 일부는 그늘에 앉아 하드를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을 입구 공터에 포크레인과 화물트럭이 서있었다. 한 눈에 보기엔 아직 손님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섭섭했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두 갈래로 나뉘어지던데, 먼저 간 곳은 넓은 포장도로가 있는 오른쪽 마을이었다.


첫번째 방문한 곳은마을회관인데, 어수선하기는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왼쪽의 아랫마을을 올려보았다.


오른쪽 샛길로 높은 담장 뒤로 커다란 느티나무와 고가가 보였다. 샛길로 올라 갔다.


양반집 모양이다. 느티나무 그늘이 드리운 사랑채 마루에 집주인이 한가히 여름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기와집 위로 초가가 있는데, 짐작컨대 옛날 양반가에 딸린 노복들의 집이 아닐까 싶다. 방 안에는 나이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카메라 들이대기가 미안해서 멀리서 찍었다.

그런데, 반상이 없어지고, 주종관께도 사라진 오늘날, 기와집 사는사람들과 초가집 사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지 모르겠다. 기와집 사는 사람이야 양반댁 후손일 테니까, 뭐 부끄러운 수치심은 없겠지만 그 옆에 붙은 초가집 사는 사람은 부끄러워 어디 얼굴 들고 다니겠나? 나이든 사람은 그저 옛날처럼 살아간다지만,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응 것이다. 공동체로 살아가기 어려운 갈등이 뿌리깊히 박혀 있을 듯 싶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왼편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구름도 아름답구. 요즈음 찾아보기 힘든 고즈넉한 시골정경이다. 매우 평화스러워 보였다.


오른쪽 마을에서 내려와 마을 위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관람했다. 햇볕도 따갑고 날씨가 더워 걷기가 불편했다.


마을 안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방문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으려는데, 웬 손님이 문밖에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성큼 들어왔다. 우리 차는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는데 저들은 무슨 특권이라도 가진 듯이 마을 한 복판까지 들어왔다. 우리나라 특권층은 가는 곳마다 이리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점심 후 마을을 내려가며, 왼쪽 마을에 들렸는데, 구경할 거리가 많지 않았다. 향단이라는 고가가 있어 들어가보려 했지만 자물쇠로 채워 버렸다. 아마도, 향을 피우는 제단이란 말로 미루어, 마을 제사를 지내는 곳 같은데, 대충 말뚝박고, 성의없이 금줄만 띄워 놓았다. 또, 어떤 집은 사생활 보호라며 접근하지 못하도록 푯말을 박아놓아 많이 섭섭했다.

그래도 아쉬워, 뒤돌아 보며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하늘빛이 점점 어두워지고, 시꺼먼 뭉게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하회마을처럼 집들이 모여있지 않고 띠엄띠엄흩어져 있었다. 내 생각에는 전형적 산촌마을로 생각된다. 개울 양쪽 산등성이 따라 집들을 짓고 소박하게 살아왔던 동네로 생각하면 거의 확실할 것 같다.

평지와 가까운 곳은 양민들의 초가집이 대부분이고, 윗쪽에 커다란 기와집들이 형성되어 있는 걸로 미루어 양반들이 높은 곳에서 자기네 농지와 소작인들을 한 손에 쥐고 주물럭거리며 마을을 경영했겠다.




아직 경주 양동마을은 아직 손님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으로 결정나기까지, 이사람들과 시당국자들은 뭐했는지 모르겠다. 마을 주변 정비부터 하고나서 개방된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갑작스런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마을사람들이 모두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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