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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아산 공세리성당

  아산만 방조제를 조금 지나 평택만과 삽교천 언덕에 있는 공세리 성당. 이 성당은 1922년에 드비즈 초대 본당 신부님이 직접 설계하여 완공하였다. 본디 세곡 창고가 있던 자리에다 성당을 지었는데, 공세리란 지명도 세곡 바치던 창고가 있던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세 유럽풍의 이 성당은 아름다워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고스트 맘마', 드라마 '모래시계' '불새'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그래서인지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성당을 방문하고 있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국군병원으로, 부상당했던 원빈이 원대복귀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고풍스러운 성당의 내부.

 

 1800년대 후반 천주교 박해 때 순교하신 28분의 순교자들을 모신 곳이다. 이곳에 안장되신 28분은 아산에 사시던 분들로 서울과 수원 등지에서 순교하셨는데, 1988년에 이곳 공세리 성당으로 이장하셨다고 한다.

 종교를 위해 순교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과 바꾼다는 것은 인간 아니고는 이루지 못할 고귀한 가치일 것이다. 순교하신 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식자층보다는 초동급부로 세상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천주교 박해로 순교하신 분은 1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무엇이 이들을 용감하게 했을까. 이전 교황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을 기념하여 1984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고는 순교하신 103명을 성인으로 시성하셨다. 신앙심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신 분들 외에도, 대의를 위해 자신을 던지신 위인들이 많다. 살신성인하신 그분들의 행적을 보며, 손끝을 칼에 조금 베어도 아파서 펄펄 뛰는 범부로선, 자신의 목숨으로 신념을 지켜가신 거룩함에 절로 고개 숙여진다.

 반면에 일신의 영달을 위해 양심을 파는 몰지각한 인사들의 행태를 곱씹어 본다. 자기를 믿어주는 많은 소시민들을 위해 목숨까지는 내놓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신의는 지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정신 차려 세상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되새겨 본다.

 

피정의 집.

 

한복을 입으신 예수님상.

 

 

 

 

 

 

 성당을 건축하신 드비즈신부님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드비즈신부님은 신자였던 이명래에게 자신이 개발한 고약의 비법을 전수시켰는데, 이것이 과거 유명했던 이명래고약이다. 신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중년 이상 나이 드신 분들은 어려서 한두 번 사용하지 않신 분들이 없었을 정도로 유명한 고약이었다. 이명래 고약의 산실이 바로 공세리 성당이다. 그런데, 그 고약들은 다 어디 갔을까? 요즘도 약국에서 판매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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