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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광교산

 생각나면 불쑥 오르는 산이다. 전에는 가까이 있어도 소 닭 보듯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었는데, 요즈음은 광교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높지 않아서 아기자기하고 맑은 날이면 한 걸음에 달려갈 듯 남산 서울타워까지 한눈아래 다가온다. 숲이 좋아 여름땡볕도 시원하게 가려주고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숲 속에서 상쾌하게 기분전환도 할 수 있고, 등산로 또한 잘 정비되어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수원의 제일강산이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사람들로 넘쳐 산 전체가 몸살을 앓지만, 나름대로 수원시에서 관리를 잘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요즈음 광교신도시 조성사업으로 산발치 아래를 깎아먹어 고층아파트로 채우고 있다.  벌써 수지 방면 산자락은 무분별한 용인 관계자들과 업자들 때문에 지렁이 토막 나듯 토막토막 잘려나간 지 오래되었는데, 이젠 수원 쪽으로도 경기지방공사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명품도시 만든다고 산자락을 빨갛게 까놓아 버렸다.  

 

 

광교산은 숲이 우거지고 산봉우리가 둥글져서 시계가 좋지 않다. 관악산처럼 험준한 바위 산은 오르긴 힘들어도 오른 후엔 탁 트인 시계로 사방을 널리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광교산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 숲 때문에 봄 여름 가을, 시원하고 상쾌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광교산 남동쪽 형제봉 오르는 계단. 계단이 많아 조금은 지루하긴 하지만 나무로 만들어서 피로감을 많이 느끼진 않는다.

 

형제봉. 경기대 후문 방면과 수지 신봉 방면에서 주로 찾는 코스다. 마침 등반객들이 없어 배낭이 사람을 대신하여 기념했다.

 

형제봉 표지석,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형제봉에서 시루봉으로 가는 가파른 계단에서 형제봉을 바라본 모습이다.

 

같은 자리에서 시루봉을 바라보았다. 여름철엔 나뭇잎이 무성하여 잘 보이지 않았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 이런 쉼터가 참 많다.

 

종루봉 오르기 전, 만나는 안내문. 병자호란 때 김준용 장군의 전승 기념문이다.

 

안내문 세워진 곳에서 가파른 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커다란 돌덩이에 암각한 글씨가 있다.

 

바위에 새겨진 글씨가 마모되어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안내문의 내용에 따르면 화성축조 때에 책임자였던 채제공이 새기게 했다고 한다.

 

종루봉으로, 봉우리 위에 정자가 있다.

 

광교산 정상 시루봉. 정상임에도 주변의 나무들 때문에 시야는 좋지 않다.

 

시루봉 정상의 광교산 표지석인데,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광교산 상공이 항공로. 수많은 여객기들이 동쪽으로부터 날아와 관악산 방면으로 날아간다. 여객기만 보면 공연히 가슴이 뛴다. 어디서 오는 비행긴지...

 

시루봉에서 북쪽을 향하면 좌측에는 관악산, 우측에는 청계산 망경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가운데 희미하게 잡히는 것은 남산 서울타워이다.

 

남산 서울 타워를 끌어당겨 보았다. 거무스름한 북한산 능선 아래 남산 타워가 햇살에 반짝였다.

 

시루봉에서 동쪽으로 조금 가면 암봉이 불쑥 솟았는데 수리봉이다. 사방으로 툭 틔여 전망이 최고다. 삐쭉 솟은 바위 위에 서면 동서남쪽이 환히 보인다. 동쪽으로는 동백지구 뒤의 석성산과 남쪽으로는 수원 삼성 연구소 타워와 동탄지구, 남서쪽으로는 안산뜰이 시원스레 펼쳐져 보인다. 단, 북쪽은 숲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다.

뒷봉우리가 광교산정 시루봉이고, 그 뒤 서북쪽에 송신소와 통신대가 있다.

 

남쪽 방향, 형제봉 너머로 광교신도시 개발 현장과 그 뒤로 삼성 연구소 빌딩이 희미하게 보였다.

 

동쪽 방향, 얼마 전에 개통된 흥덕 - 헌릉 간 고속도로와 그 뒤로 수지, 죽전 지역과 멀리 동백지구, 석성산이 있다.

 

시루봉 서쪽 통신대 옆길. 군사보호시설이라 철망으로 된 울타리와 원형 철조망이 자연의 조화를 깨트렸다. 여기에서도 분단국의 설움을 여지없이 느껴 본다.

 

상광교동 버스종점 방면으로 내려오면서 되돌아보았다. 저수지 맑은 물에는 가을 광교산의 그림자가 실바람에 살랑거렸다. 아시다시피 수원(水原)에는 큰 강이 없다. 물도 흔치 않은데도 수원이다. 고구려 시절 이곳은 '매홀'이라 불렸는데 '買忽'의 '買'는 고구려 당시 '물(水)'을 한자로 빌려 쓴 것이고, '忽'은 '골(谷)'이란 고구려말을 한자로 차자(빌려 쓴 글자)한 것이다. 그러니까 '물골'이란 지명이 오늘날 '수원'이 된 것이다. '수원'은 물의 근원으로 물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 광교산이 바로 물의 발원지이다. 광교산에서 흐른 물이 수원천이 되고, 황구지천으로 흘러 평택까지 내려간다.

 

차자의 예로 수원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 옆동네가 '지동'이다. 이 지동은 얼마 전 까지도 못골로 불렸다. 아마도 예전엔 연못이 있었겠다. 이 못골의 '못'은 연못 '지(池)'자의 뜻을 빌렸고, 고을을 의미하는 골은 마을 '동(洞)'자의 뜻을 빌려 '池洞'이 된 것이다.

 

수원은 여름 홍수 때도 수해가 거의 없는 복 받은 땅이다. 큰 강과 큰 하천이 없으니 물피해를 입을 리 없겠다. 다만 근래 들어 여름폭우 때 지하도와 지하상가들이 물에 잠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자연재해보다 인재에 속하는 경우이다.

 

광교산은 수원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는 수원의 어머니 같은 산이다. 그런 광교산이 더 이상 개발이란 미명아래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광교동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 작은 길은 맨발로 지압하며 걸을 수 있도록 작은 조약돌을 깔아 놓았다. 등산 후 피로 해소에 아주 좋다. 또, 등산로 입구에는 작은 비닐봉지에 흙을 준비하여 등산객들이 하나씩 들고 가다가 상처 입은 나무뿌리에 덮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자연을 아끼려는 이 작은 배려들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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