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니산

 9월 26일, 민족의 성산이라는 마니산! 그동안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날을 잡아 산행에 옮겼다. 함허동천 쪽에서 올라가는 길과 화도면 상방리 코스가 있는데, 화도 쪽 등반이 무난하다는 말을 듣고, 화도면 상방리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만난 강화 안내도. 마니산이 있는 이곳은 본디 강화도 남서쪽의 고가도라는 섬이었는데, 조선조 1600년대에 강화유수유수가 강화도의 가릉포와 고가도의 선두포에 둑을 쌓아 강화도와 고가도를 연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등산로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받았다. 국립공원 입장료도 없어졌는데, 왜 받냐고 물었더니 그냥 씨익 웃었다. 하기사 특별하다 싶은 동네 들어가는데도 차단기를 설치해 놓고, 입장료를 강요하는데, 여기선 아름다운 산 관리를 위해 좀 받겠다는데, 뭘. 주차장에서는 주차요금은 받지 않았다.

 

 

 마니산은 마리산이라고도 하는데, '마리'의 의미는 우리말 '머리'란 말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가 되는 산, 으뜸산이라는 의미이다. 해마다 전국체전 성화가 채화되는 곳, 국조 단군께서 제사 지내셨다는 참성단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단군조선의 수도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역사에서 무슨 근거로 그 옛날 이곳에서 제사를 드렸다는 건지 믿을 수 없지만 그만큼 신성한 산이라는 것이겠다. 등산로 초입에서 커다란 안내문을 보았다.

마니산 참성대 부근의 기(氣)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세다고 한다. 보통 사람도 느낄 수 있는 氣였으면 좋겠다만, 반신반의하며 산에 오른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점이라고도 하니, 의미부여 동기는 충분한 것 같다.

 

 

조금 올라가니 두 갈래 길이 나타나는데, 왼쪽은 계단로, 오른쪽은 단군로라는데 계단로가 조금 가까워 보이지만 계단이 거북하게 느껴져 단군로를 선택했다. 단군로는 길이 예뻤다. 부드러운 흙길이었고, 경사로도 완만하여 힘들이지 않고 등반할 수 있었다.

 

참성단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 익히 알고 있었기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숲길을 천천히 50여 분 오르니, 오른쪽 능선이 툭 터지고, 저 멀리 갯벌과 바다가 나타난다. 시원한 바람이 우람한 바위를 스치고 돌아 매우 상쾌했다. 뻘 쪽을 내려다보면 정리된 넓은 들이 간척지임을 보여주었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보며 능선을 오르니, 멀리 산정의 참성단 석축이 보였다.

 

뒤쪽의 능선들.

 

정상이 가까워지자 험한 바위들이 많이 나타나 산세가 험해졌다.

 

험한 산세 때문에 바위 사이에 길을 내는 것이 힘들었던지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 위에 폐타이어를 얽어 깔아서 등산객들의 피로를 감해 주었다.

 

나무계단 중간 지점에서 잠시 쉬며 사방을 조망했다.

 

참성단이 손에 잡힐 듯 바로 이마 위에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정상을 앞두고 왼쪽 트인 곳으로 가서 아래를 조망했다. 섬에 있는 산이라 높지 않아도 조망이 좋았다.

 

정상 가까이 올라갔을 때 끔찍한 철망이 나타났다. 소위 참성단을 보호한다는 철망이었다. 이렇게까지 흉측한 모습으로 막아야 보호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진정 참성단을 보호하려면, 산세와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상징적 의미를 지닌 아담한 울타리로 대신했으면 좋으련만.

 

참성단을 우회하여 정상으로 올라가며 참성단을 바라보니, 철책 아랫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드디어, 느린 걸음으로 1시간 30여 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등반 기념으로 최고봉인 정상석 위에 섰다. 정상을 나타내는 푯말이 있었다. 푯말 뒤편으로 참성단이 보인다.

 

정상에서 북쪽에 참성단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참성단 철망 바로 아래 기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참성단 아래에서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기를 수련하는 모습이 매우 진지해 보였다

 

정상의 남쪽 함허동천으로 내려가는 등반로 표지다. 남쪽으로 탁 트여 전망이 좋다. 계속 남행하는 등반객들이 많다. 남쪽에서 올라오시는 분들도 있고... 이 길은 암릉으로 경치가 뛰어나지만 조금은 험한 길이란다.

 

혹시 북한이 보이지 않을까 북쪽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흐려 시계가 좋지 않았고, 내 상식으로 추측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무튼 분단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왔던 길로 되돌아오며 참성단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 떠나기 전 아쉬움으로 마니산 정상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흐려서 풍경이 썩 곱지 않았다. 돌아올 땐 계단로로 내려왔는데, 지루한 계단이 너무 많아 몹시 피곤하고 힘들었다. 마니산은 해발 500m가 못되어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 섬안에 있어서 전망이 좋았다. 날씨가 흐린 탓에 기대했던 사진들은 얻지 못했다. 날씨 좋은 다음날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접었다.

 

정상 뒤로 정수사 쪽으로 가는 안릉길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단군로가 아닌 길고 긴 계단길로 하산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 향적봉  (0) 2010.02.05
관악산  (0) 2009.12.23
수원 광교산  (2) 2009.12.15
속리산  (0) 2009.12.13
청계산  (4) 200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