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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봄의 전령사- 노랑 동백꽃과 산수유 꽃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더니 오후에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바람도 없어 뒷산에 올랐더니, 봄기운이 완연하여 등에 땀까지 흘렀다. 겨울 자켓을 벗어들고 오솔길을 걸었다. 양지녘에 꽃망울이 맺혔던 생강나무에 노랑 꽃이활짝 피어 봄을 즐기고 있었다. 며칠 전 꽃망울이 부풀었었는데, 드디어 오늘 활짝 피어 올랐다. 더구나 꿀벌까지 날아 꽃에서 꽃으로 옮아 다니고 있었다. 봄바람 쐬러 나오신 산책객들의 옷차림도 가볍고 경쾌한 봄차림새였다.

  뜬금없이 추위를 타는, 나만 두꺼운 다운 점퍼 차림이었으니 땀을 흘릴만 했다. 고목을 쪼는 딱따구리 소리도 경쾌했고, 이름모를 새소리도 새봄맞이 노래처럼 흥겹게 들려왔다. 활짝 핀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을 바라보니, 마음 속에만 와있던 봄이 이젠 성큼 우리 곁에 찾아들어와  있었다.

 

1. 노랑 동백꽃(생강나무 꽃)

 

  생강나무 꽃만 보면 김유정님의 단편 소설<동백꽃>과 <봄봄>이 생각난다. 김유정님의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서는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른다. 봄을 맞아 봄바람에 물오른 마름댁 점순이와 소작인 총각의 풋나물 같이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면 지금도 그저 온 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다.

 

"...두 몸뚱이가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소설의 끝부분에 소작인 총각의 독백부분이다. 봄바람난 점순이의 춘정에 결국 굴복당하면서도 풋사랑의 달콤한 흥분 속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강나무 꽃은 대부분 봄꽃처럼 잎사귀가 나기 전에 나무가지에 붙어 듬성듬성 피기 때문에, 두 사람이 점순이 어머니의 눈을 피해 푹 파묻힐 곳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마도 생강나무 근처에 또 다른 덤불숲이라도 있었다는 모양이겠다. 그렇게 본다면 노랑 동백꽃 더미 아래 속에 이루어진다는 사랑 이야기는 분명 과장된 것이다. 노란 동백곷은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것이니까, 겨우내 얼었던 젊은 청춘들의 춘정이 봄날씨에 동백꽃처럼 제일 먼저 빠르게 부풀어 오른다는 상징적 의미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2. 산수유 꽃

 

  전엔 산수유 곷과 생강나무 꽃을 구별하지 못했었다. 그저 봄에 피는 노란 꽃은 산수유 꽃으로 알고 있었는데, 김유정 님의 단편<동백꽃>에서 빨간 동백꽃이 아니라 노란 동백꽃이란 말에 노란 동백꽃을 찾다 보니, 산수유와 비슷한 생강나무 꽃이 바로 노란 동백꽃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나무의 차이를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고, 이제는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산수유를 좋아하게 된 것도 봄에 제일 일찍 피는 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년 간 관찰해보니 노란 동백꽃이 산수유보다 조금 빠른 것 같다. 생강나무 꽃보다는 순진무구한 풋사랑이 넘쳐나는 노란 동백꽃이 더 정겨워 보인다. 

 

 

 

 

생강나무는 나무가지가 매끄러운데, 산수유는 매우 거칠다.

생강나무 꽃은 가지에서 바로 피는데, 산수유 꽃은 긴 꽃밭침 위에서 핀다.

생강나무 꽃은 작은 꽃잎들이 뭉쳐져 있는데, 산수유 꽃은 작게 나뉘어져 있다.

생강나무는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아보면 생강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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