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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환구단(2)

  화창한 봄날씨에 마음까지 가벼워 잠깐 짬을 내서 환구단에 들렸다. 화창한 날씨와는 다르게 쌀쌀한 꽃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체감 온도가 낮았다. 지난 번에 갔을 땐 흐린 날씨여서 가뜩이나 고층 빌딩들에 에워싸여 움츠려든 것 같은 황궁우 모습이 안스러웠었다. 그래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촬영하고 싶었다.

  시청 앞 프레지던트 호텔 주차장 골목으로 들어 섰는데, 골목길은 호텔의 이면도로답지 않게 어수선했다. 골목 끝 계단으로 환구단 경내로 들어섰다. 아침 시간이라 태양의 고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황궁우는 고층빌딩의 그늘에 반쯤 가려져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햇살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내나라에서 홀대받는 환구단을 보다 웅장한 모습으로 표현하려 했으나, 주변 환경 때문에 어찌 할 수 없었다.

 

 

 골목길 끝 계단을 오르며 바라본 황궁우

 


계단 끝에서 촬영한 황궁우, 조선호텔이 황궁우의 앞을 부채꼴 모양으로 완전하게 가로막고 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우뚝 선 황궁우

 

 


조선호텔 커피숍 유리창에 비친 황궁우와 삼문

 


조선 호텔에 막혀버린 환구단의 정문인 삼문, 호텔의 그림자 때문에 햇볕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삼문에서 바라본 황궁우

 

 


 돌로 만든 북, 고종황제의 즉위 4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것이란다. 세 개의 돌북은 하늘에 제사지낼 때 사용하는 악기를 상징한 것이다. 북의 테두리에 새겨진 용조각은 힘차고 정교하여 당시 최고의 조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조선호텔 주차장 방면에서 바라본 황궁우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는 대한민국, 아시아의 4대 경제대국이라는데, 고작 120여년 전 제국의 유물은 초라하게 빌딩의 그늘에서 웅크리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인근의 땅을 사들여 이만큼이라도 보존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역사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는데, 국가의 제천의식이 거행되었던 환구단이 날로 치솟는 신흥교회만큼도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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