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靑, 벼랑 위의 암자, 정취암
지루하게 내리던 비는 멎었다. 간혹 이슬처럼 간간히 뿌리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데는 전혀 지장 없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어쩔 수 없이 진주에서 잠을 잤는데, 비바람 소리에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새벽녘에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비는 멎어 있었고, 도도히 흐르는 진주 남강에 가로등빛이 빛나고 있었다. 맑은 아침을 기대하며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차라리 남해에서 하룻밤 자고 못다 한 경치를 다시 찾아보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했으나, 다시 그곳까지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안내를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산청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으며, 관광 안내지도를 살피며 찍은 곳이 바로 정취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