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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山靑, 벼랑 위의 암자, 정취암

  지루하게 내리던 비는 멎었다. 간혹 이슬처럼 간간히 뿌리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데는 전혀 지장 없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어쩔 수 없이 진주에서 잠을 잤는데,  비바람 소리에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새벽녘에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비는 멎어 있었고, 도도히 흐르는 진주 남강에 가로등빛이 빛나고 있었다. 맑은 아침을 기대하며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차라리 남해에서 하룻밤 자고 못다 한 경치를 다시 찾아보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했으나, 다시 그곳까지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안내를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산청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으며, 관광 안내지도를 살피며 찍은 곳이 바로 정취암이었다.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암자였는데, 휴게소 식탁에 깔린 정취암 사진이 보기에 좋았기 때문이었다.

 

  내비게이션에다 정취암을 설정하고, 산청 나들목을 빠져나와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간간이 내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달려갔다. 날씨가 개려는지 산자락마다 구름이 산능선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려고 단성에서 중산리 방향으로 두 번 가본 적이 있어 산청의 산세가 험한 것은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작은 암자일 것이라 생각하고 산구비를 굽이굽이 돌아 급경사 고갯길을 올라서니, 멀리 정수산자락까지 일망무제 시야가 탁 트인 것이 장관이었다.

 

  고갯마루에서 좁은 길로 조심조심 내려가니, 깎아지른 벼랑 위에 암자치곤 규모가 커 보이는 정취암이 앉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정취관음보살을 모셨기에 정취사, 정취암이라고 한다고 한다.

 

  정취암 가는 굽이길 언덕에서 돌아본 서북 방면

 

정취암 입구


뒤편에서 바라본 정취암


입구의 안내문


주법당인 원통보전, 이곳에 모셔진 부처님은석가불이 아니라 정취관음보살이다.


원통보전은 절벽을 배경으로 남향으로 앉았다.


원통보전 안의 나무로 만든 정취관음보살


동향으로 앉은 산신전

 

산신각 뒤의 산신도, 호랑이를 탄 산신상이다. 산신전 벽에 유리창을 통해 산신도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산신전 동쪽 방향 조망


산신전에서 바라본 응진전


응진전 위에서 바라본 전망(동쪽)


응진전에서 바라본 산신전

 

 정취보살 (正趣菩薩):극락 또는 해탈의 길로 빨리 들어서게 한다는 보살. 산스크리트로는 아난야가민(Ananyagamin)이라고 하며, ‘다른 길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목표를 향하여 묵묵히 걸어간다고 해서 무이행보살(無異行菩薩)이라고도 한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선재동자가 53명의 선지식을 만날 때 29번째로 등장한다. 선재동자가 보살의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 묻자,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하여 보문속질행해탈(普門速疾行解脫)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는 자신이 해탈로 향하는 넓고도 빠른 길을 얻었다는 말이다. 동방 묘장(妙藏) 세계의 보승생불(普勝生佛)로부터 왔으며, 이후 숱한 부처를 공양하고 많은 중생들을 구제하면서 보문속질행해탈을 얻었다. [출처] 정취보살 [正趣菩薩 ] |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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