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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여주 영릉

  신륵사에서 아쉬웠던 마음을 온천에서 씻어내고, 세종대왕 영릉에 갔다. 4대 강 공사로 막은 수중보 때문에 세종대왕의 묏자리에 물이 찰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강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 내 보기에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묘역에 들어서자마자 도로 양쪽에 철판으로 울타리를 둘러놓아 울창한 솔숲들을 볼 수 없었다. 무슨 유물을 발견하기 위한 작업장 울타리라고 하는데, 왜 이리 가는 곳곳마다 공사판인지 모르겠다.

 

  세종대왕의 사당인 정자각, 그리고 능묘인 영릉.

 

정자각 지붕

 

영릉 좌측

 

영릉 앞의 무인석

 

문인석

 

영릉 우측에서 정자각 방향

 

영릉 바로 아래 정자각 뒷면

 

제사음식을 준비하던 수랏간과 정자각, 그 사이로 영릉.

 

세종대왕 당시 제작했던 여러가지 관측기구

 

영릉 입구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제 표석


  영릉에서 700m 거리에 효종대왕의 영릉이 있으나, 5시가 넘었다고 관리인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냐야 그전에 돌아봤으니까 그만이지만, 처음 온 사람들은 낭패이었겠다. 여름철엔 5시라야 해가 중천인데, 벌써 관람을 막는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태도이다. 관리하는 사람들이야  빨리 퇴근하면 좋겠지만 불원천리 멀다 않고 먼 곳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은 낭패이겠다. 관리청에서도 탄력적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 동절기엔 관람 시간을 줄이고 여름철엔 늘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5-7월은 6-7시까지 개장한다 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은데...

  좌우지간 여기서도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 수밖에... 이번 여주 여행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여주 온천도 기대이하였으니까...

 

세종 대왕은 IT 대왕

 

  중국인 왕서방이 컴퓨터 자판을 치는 모습을 본다. 3만 개가 넘는다는 한자(漢字)를 어떻게 좁은 자판에서 치나? 자판을 보니 엉뚱한 알파벳만 있다. 한자를 자판에 나열하는 게 불가능해 중국어 발음을 영어로 묘사(한어병음)해 알파벳으로 입력한다.
  단어마다 입력키를 눌러야 화면에서 한자로 바뀐다. 불편한 건 더 있다. 같은 병음을 가진 글자가 20개 정도는 보통이다. 그중에서 맞는 한자를 선택해야 한다. 열의가 없는 사람은 컴퓨터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중국을 앞선 이유 하나가 여기에 있다.
  타이핑을 많이 하는 전문직 중국인들은 한자의 획과 부수를 나열한 또 다른 자판을 이용한다. 자판을 최대 다섯 번 눌러 글자 하나가 구성되므로 오필자형(五筆字型)이라고 한다. 속도가 빠르지만 익히기 어려워 일반인은 못한다.
  일본인 요시다는 어떨까. 컴퓨터 자판을 보니 역시 알파벳이다. 24개의 자음 모음만으로 자판 내에서 모든 문자 입력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한글은 하늘의 축복이자 과학이다. 일본인들은 'せ'를 영어식 발음인 'se'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을 쓴다. 각 단어가 영어 발음 표기에 맞게 입력돼야 화면에서 가나로 바뀐다. 게다가 문장마다 한자가 있어 쉼 없이 한자 변환을 해줘야 하므로 속도가 더디다. 나아가 '추'로 발음되는 한자만 해도 '中'을 비롯해 20개 이상이니 골라줘야 한다. 일본어는 102개의 가나를 자판에 올려 가나로 입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익숙해지기 어려워 이용도가 낮다. 이러니 인터넷 친화도가 한국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처럼 언어가 여러 가지인 국가들은 컴퓨터 입력 방식 개발부터 골칫덩어리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 일본 문자는 35초 걸린다는 비교가 있었다. 한글의 입력 속도가 일곱 배 정도 빠르다는 얘기다. 정보통신(IT) 시대에 큰 경쟁력이다.
  한국인의 부지런하고 급한 성격과 승부 근성에, 한글이 '디지털 문자'로서 세계 정상의 경쟁력이 있는 덕에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글로 된 인터넷 문자 정보의 양은 세계 몇 번 째는 된다.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한글날. 세종이 수백 년 뒤를 내다본 정보통신 대왕이 아니었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26개인 알파벳은 한글과 같은 소리 문자이고 조합도 쉽지만 'a'라도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다르고 나라별로 독음이 다른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한글은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소리만 갖는다. 어휘 조합 능력도 가장 다양하다. 소리 표현만도 8800여 개여서 중국어의 400여 개, 일본어의 300여 개와 비교가 안 된다. 세계적 언어학자들은 한글이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 문자 중 으뜸이라고 말한다. '알파벳의 꿈'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거의 0%인 세계 최저의 문맹률이 가능했고 이게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발음기관의 모양까지 반영한 음성공학적 문자여서 세계의 언어를 다 표현해 낸다. 맥도널드를 중국은 '마이당로우', 일본은 '마쿠도나르도'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네팔 등의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로 문자를 만들어 주는 운동이 추진되는 이유다. 외국인에게 5분만 설명하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게 할 수 있다.
  한글은 기계적 친화력도 가장 좋아 정보통신 시대의 준비된 문자다. 세계화의 잠재력이 적지 않다. 주말엔 서울 홍릉 세종대왕기념관이나 여주 영릉을 찾아 큰 절을 올리자. 아! 세종 IT 대왕님. <언제가 읽고 스크랩해 두었던 한글날에 즈음한 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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