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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질풍노도

  해돋이를 보러 나갔지만, 수평선 위에 구름이 두텁게 앉았다. 겨울바다에는 파도를 나르는 세찬 바람과 바다 위를 떼 지어 나는 새떼 뿐이었다. 해도 떠오르지 않은 춥고 이른 아침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람과 파도와 싸우는 새떼의 모습에서 비장함을 느껴 보았다.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대신에 생존을 위해 먹이를 구해야만 하는 새들의 비상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사를 돌아다보았다.

 

 

 

  햇살이 퍼지고 구름이 걷히자, 바다는 망망한 수평선을 맑고 투명한 하늘아래 깔고 눕는다. 수평선 너머로부터 바람에 실려 떠밀려 온 물살들이 바위에 장렬하게 부딪힌다. 하얀 포말들을 허공에 뿌리고는 장렬하게 산화한다. 파도 잃는 바람은 나그네를 스치곤 땅 위로 고함치며 올라선다. 그 뒤로 또 밀려드는 질풍노도(疾風怒濤)! 疾風怒濤! 疾風怒濤.........

 

 

 

 

  파도의 파편들은 흰 거품이 되고, 하나의 시간이 되어 흘러간다. 시간은 쌓여 세월이 되고 역사가 되지만, 저 거센 바람과 파도는 부서지고 흩어질 뿐이다. 세상의 영욕에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사도 시간이 흐르면 한 줌의 재가 되고, 거품이 되어 세월 속에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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