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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삼가리 주차장부터 출발하여 등반을 시작했다. 평소 죽령을 굽이굽이 돌아 넘으면서, 고속도로 개통 뒤엔 터널로 단숨에 통과하던 소백산!  등반은 처음이다.  삼가리 주차장에서 비로봉까지 5.5km임을 이정표가 알려 주었다.      

 

산길이 순탄치 않다. 움푹움푹 파이고, 나무뿌리가 흉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파여나간 등산로에 돌을 채워 넣으며 보수하고 있었다. 돌길은 힘든데...  

 

 태풍에 쓰러진 나무

 

 중간중간엔 나무 계단을 만들고 폐타이어를 이용해서 경사로 바닥에 깔았다. 아마추어 등반객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수상한 마대 자루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돌덩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파여나간 등반로를 보수하기 위해 헬기로 날라 온 돌이다.  문제는 이 돌길이 등반하는 사람들 관절을 그냥 두지 않을 것 같다. 등반객을 조금 더 배려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숲 터널 통과 후 탁 트인 하늘이 보였다. 산정이 가까워 보인다. 산정에 빨리 서려는 마음에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

 

정상 가까운 숲이 터널을 이루었다. 6월인데도 아직 철쭉꽃을 볼 수 있었다.

 

멀리 지나온 길이다. 뒤돌아보면 한 발씩 옮기는 발걸음의 대단함에 놀라고 만다. 

 

정상 부근의 이정표를 보니 멀리 능선 끝자락이 연화봉인데, 구름이 능선을 휘감았다.

 

 2시간 10여 분만에 드디어 비로봉 정상에 섰다.  

 

 비로봉에서 연화봉 가는 능선길

 

 구름을 바라보며 능선을 따라 좌측의 연화봉으로 출발했다. 말없이 산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시 말없이 흩어져 제 갈 길로 간다. 내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또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제각기 갈 길을 향해 말없이 걷는다.

 

 하산로 우측에는 주목 군락지가 있었다. 죽어가는 고목들도 눈에 띄었다. 고사하는 주목들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도 만들고, 등반로도 정비해 놓았다. 

 

높은 산 등성이에는 바람이 강해 키 큰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해발 1439m니까 그 정황이 짐작이 간다. 설악산 대청봉 부근엔 소나무들이 산등성이에 달라붙어서 땅바닥으로 기면서 자라던데, 여기엔 풀들만 자라고 있었다.

 

지나온 뒷길, 비로봉이 작은 점처럼 멀어져 갔다.

 

능선을 따라 잘 정비된 등반로를 따라 내려간다. 무분별했던 등산로를 정비하여 한 곳으로만 산행하도록 배려했단다. 이곳의 등반로는 매우 쾌적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멀리 가운데 약간 뾰족한 비로봉이 보인다. 앞을 보는 감동도 언제나 새로웠지만, 간간이 뒤를 돌아볼 때 감회는 또 달랐다. 내 삶의 족적들도 저렇게 선명하게 찍혀 있을 것이다.

 

멀리 능선 위 중간 지점에 보이는 구조물은 소백산 천문대이다.

 

제2 연화봉에서 연화봉을 바라보았다. 멀리 소백산 천문대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보였다.

 

뒤로 보이는 비로봉

 

제2 연화봉에서 내려오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연화봉 오르는 길에 우측으로 소백산 천문대가 철쭉꽃 사이로 나타난다.

 

천문대 가는 삼거리길, 좌로 가면 연화봉이다.

 

연화봉 정상에 오르는 막바지 등반로!  하늘이 열리는 듯했다.

 

연화봉에서 직진 방향으로 멀리 바라보았다. 주욱 이어진 산능선과 곳곳의 봉우리가 하늘에 맞닿아 있다.

 

연화봉

 

연화봉 정상의 이정표. 비로봉에서 약 2시간 10분 소요. 종착지 희방사 주차장 까지는 4킬로미터 정도, 내리막길이라 괜찮으리라 싶었다.

 

이정표에서 보았던 희방사까지 2.4km란 안내문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 돌계단이라 촬영도 포기하고, 다리를 끌며 쉬엄쉬엄 희방사까지 내려왔다. 어찌 내려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연화봉에서 이곳 희방사까지 2.4km를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돌길의 위력에 놀랐다. 누가 대신 걸어줄 수도 없다. 나 혼자의 외로움만 느끼며 타박타박 내려왔다.

희방사

 

희방사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곡

 

희방폭포 꼭짓점!

 

시원한 물줄기에 발을 담근다. 산행의 마무리로 시원한 폭포수가 피로감을 씻어 주었다. 생각 같아서는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기도 했다. 물이 차가웠다.

 

내려오는 돌길에 완전히 지쳐 버렸다. 무릎 관절이 다 나가 버린 것 같았다. 가파른 계단도 힘든 길인데, 돌길이 사람 잡았다. 돌길에도 익숙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산에 가서야  비로소 내 다리가 건강해야 함을 깨우친다. 도시에서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는 편리함에 길들여져 퇴행된 것 같은 내 다리의 건강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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