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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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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단의 봄 서울시청 근처에 갔다가 환구단을 찾았다. 환구단 주변의 나무들에 녹음이 깊어 겨울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보였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후, 제대로 된 가치관의 정립도 없이, 외형적으로만 치달아 온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환구단이 아닌가 싶다. 민족 자존의 자긍심은 현대식 빌딩들의 뒷골목에 묻어 버리고, 도시의 겉만 화려하게 치장하고는 세계 선진국으로 진입했느니 어쩌니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에게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집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수한 사건 사고들에 온몸이 움츠려 들기도 한다. 믿을 곳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 공포감마저 일어나 잠자기 전에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겨났다. 별로 가진 것도 없이..
환구단(2) 화창한 봄날씨에 마음까지 가벼워 잠깐 짬을 내서 환구단에 들렸다. 화창한 날씨와는 다르게 쌀쌀한 꽃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체감 온도가 낮았다. 지난 번에 갔을 땐 흐린 날씨여서 가뜩이나 고층 빌딩들에 에워싸여 움츠려든 것 같은 황궁우 모습이 안스러웠었다. 그래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촬영하고 싶었다. 시청 앞 프레지던트 호텔 주차장 골목으로 들어 섰는데, 골목길은 호텔의 이면도로답지 않게 어수선했다. 골목 끝 계단으로 환구단 경내로 들어섰다. 아침 시간이라 태양의 고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황궁우는 고층빌딩의 그늘에 반쯤 가려져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햇살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내나라에서 홀대받는 환구단을 보다 웅장한 모습으로 표현하려 했으나, 주변 환경 때문에 어찌 할 수 없었다.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