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갔었던 동구릉을 다시 찾았다. 오후 네시 무렵이라 햇살도 이미 기울기 시작했고, 바람이 쌀쌀해져서 스산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때마침 문화해설사를 만나 태조의 건원릉과 선조대왕의 목릉까지 설명을 들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왕릉에 대한 예절이며, 제사상 음식의 의미들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이를테면, 정자각 계단에 오를 때면 오른발이 먼저 올라가고, 왼발이 그 뒤를 따르며, 내려올 때는 반대로 왼발의 뒤를 오른발이 따른다는 것과 제사상에 올리는 대추의 의미는 씨가 하나라 제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밤은 그 밤톨이 뿌리 끝에 매달려 있어서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며, 밤송이 안의 밤톨이 보통 세 알이라 삼정승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곶감을 놓는 것은 감씨가 육쪽이라 육판서를 상징하여 후손들의 부귀영화를 기원한다는 것이다.
동구릉에서는 선조릉인 목릉을 개방한다.지난 번 방문 때는, 개방사실을 몰라서 멀리 서서 바라보았는데, 이번엔 해설사와 함께 혼유석 앞에까지 올라가 석상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석상의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멀리 바라볼 때와 사뭇 그 느낌이 달랐다.
선조의 능침앞의 무인석 - 기골이 장대하고 위엄에 차있다.
문인석
선조의 능침과 석상
선조의 능침에서 바라본 정자각과 맞은편 인목대비 능
선조 옆에 모신 의인왕후 능침
의인왕후 능에서 바라본 선조릉과 정자각, 인목왕후의 능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관리에 힘을 쓴단다. 그렇기에 봉분 위는 개방하지 않는데, 관람객들을 위해 선조릉인 목릉만은 자유롭게 개방해 두었다고 한다. 서오릉의 명릉처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경내를 두루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동구릉은 왕릉으로서의 가치도 크겠지만, 왕릉덕에 숲이 잘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선조릉에 오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려서인지, 발길이 많은 곳엔 흙이 드러나 있었다. 자유로운 개방보다는 나무계단이라도 만들어 관람객들의 편의도 도모하고, 능도 보호했으면 좋겠다. 세종대왕의 영릉처럼 나무로 보도를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은데... 같은 문화재라도 자자체에 따라 다른 건지, 아니면 문화재청의 별다른 뜻이 있어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