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 간다는 우음도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았다. 멀지도 않은 곳이라 훼손되고 나면 이름난 명소를 다시 볼 수 없겠다는 안타까움 이조바심을 내게 했는지 모르겠다. 우음도는 시화방조제 안에 있는 옛적의 섬이었다. 가는 길이 공교롭게도 공룡알 화석 출토지를 경유하는 길이어서 너무 좋았다. 화성시 송산동 사강에서 우회전하여 한참 들어가니, 공룡화석지 안내 이정표들이 나타났다. 방조제를 막기 이전엔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던 뻘 가운데 비포장 도로에 들어섰다. 그곳엔 송산 그린시티 건설을 위한 도로 공사가 광활한 뻘밭을 가로질러 바다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빗물로 파여 울퉁불퉁한 도로를 곡예하듯 달려가니, 말로만 들었던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 센터가 나타났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방문자 센터 안에 들어갔더니, 그곳 직원들이, 마치 친한 벗을 대하듯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 내부 관람과 몸컨디션 조절도 마치고, 땡볕이 작렬하는 화석 산출지로 나섰다. 햇빛이 뜨거웠으나, 길고 긴 우기 끝이라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간척지 이전에 뻘이었던 곳이기에 관람객들을 위해 탐방로를 만들어 놓았다. 중간중간엔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도 있었고, 쉬어갈 수 있는 통나무 의자도 만들어 두었다. 이제는 바닷물이 들락거리지 않지만, 수로들의 형태가 남아 있어서 마치 순천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전방에 드문드문 보이는 산은 예전엔 섬이었다. 이제 뻘밭엔 풀들이 자라고, 온갖 새와 곤충들의 낙원이 되었다. 죽음의 호수로 악명 높았던 시화호가 아름다운 생태지로 바뀐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곳이 곧 송산 신도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대단위 놀이 공원이 들어서면,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인천 청라지구와 송도 신도시도 비전 없는 개발의 쓴 맛으로 주민들의 속이 타고 있는데, 이곳의 장래는 어찌 될지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탐방로 중간에 나타난 안내도
붉은 네모 선 안의 8개의 공룡알 화석, 방조제를 막지 않았더라면 드나드는 바닷물에 쓸리고 깎였을 것이다. 쥐라기 시절, 이 부근이 공룡들의 집단 서식지였다는데, 발굴하면 무궁무진하게 화석들이 나타날 것이란다. 공룡알 화석은 애석하게 흙으로 채워져 공룡 태아 화석은 찾아볼 수 없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알 화석을, 최초로 발견해 낸 분의 예리한 눈썰미가 고마웠다.
화석알이 있는 바위섬
화석알 출토지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곳이 우음도.(오른쪽으로 희미하고 둥그랗게 보이는 산)
지평선 가운데, 작은 건물이 우리가 들렸던 공룡알 화석지 방문자 센터.
우음도
화석산지 방문 후, 찾았던 우음도 마을.
우음도 안까지 들어갔다가 되돌아 오는 길에, 그 유명한 우음도 왕따나무를 먼 발치에서 보았다. 길도 없는 뻘 가운데, 드문드문 서있는 나무들, 그 가운데 나무 하나가 왕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그곳까지 가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 근처까지 용감하게 차를 가져간 사람들도 있었는데, 진입로도 없는 그곳까지 운전해 간 솜씨들이 놀라웠다.
간척지 뻘 안에 널려 있는 이름 모를 무수한 나무들, 그중에 하나가 왕따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허망하게 들려왔다. 우음도라 소개되는 그 뻘밭이 우음도 앞 간척지 뻘이고, 비슷한 뻘들이 시화호 안에 그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그 덕에 내가 보잘것없던 것으로 생각했던 화성 공룡알 산출지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공룡서식지였다는 사실과, 또한 매우 소중한 우리의 자연 유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족 :화성시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쉽게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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