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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가을

구름이 많은 날이라 햇볕이 오락가락했다. 바람은 스산하여 쓸쓸한 심회를 돋구었고, 가로수들도 잎사귀를 떨구어 나목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스산한 가을 날씨 때문인지 행인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어찌보면 사진 찍기엔 안성마춤인 그런 날이었는데,자주 접하는 대상이라 큰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가을 바람을 쐬다가, 결국 경복궁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내국인보다 일본사람, 중국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수학여행 온 일본 학생들을 바라보며, 일제총독부 건물을 들어내기를 썩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훼손된 경복궁을 바라보는 마음이 좋지 않은데, 아직도 총독부 육중한 건물이 서 있다면 민족적 자존심이 아직까지도 비참함 속에 빠져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워 할 일본인들의 시선을 상상해보면 몸서리쳐질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경복궁 제대로 복원하기 사업은 민족적으로 매우 의미 깊은 사업이다. 광화문 좌측 담벼락에서 홀로 뚝 떨어저 외로이 서있는 동북십자루를 바라보는 마음은 아직도 훼손되었던 우리 역사의 상처 회복이 아물지 못했음을 보여주어, 가슴 한 쪽이 휑하게 허전해온다. 저 십자루가 원래의 담벽과 만나는 날, 경복궁의 슬픈 역사도 현실 속에서 지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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