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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백범의 얼이 서린 공주 마곡사

  마곡사는 백제 무왕 때 신라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고려 명종 때 중수하고 재건했다는천년 사찰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처님을 모신법당이 두 개이다. 또한, 구한말 백범 김구선생께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탈옥하여 몸을 피하실 때, 잠시 이곳에서 삭발하고 불문에 귀의하셨던 적이 있던 유서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마곡사 방문이 두 번째였는데, 전에 없던 김구선생 명상길을 재현해 놓은 것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돌다리인 극락교를 건너는데, 이 다리를건너면 진행방향 우측으로 범종각, 심검당, 대광보전, 대웅보전 등이 차례로 있다. 돌다리 아래 자라석상 두 쌍이 있었는데, 야구선수 김태균이 시주한 것이라 한다.


  돌다리 건너 마곡사 경내, 우로부터 심검당, 대광보전, 대웅보전,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5층 석탑이 있고, 좌로는 응진전, 백범선생이 머무르시던 거소가 있다.


  오층 석탑, 이 탑은 다보탑 또는 금탑으로도 불린다. 돌탑 위에 쇠붙이 조각을 올렸는데, 라마교의 영향이라고 한다.


  대광보전의 특징은 부처님이 동쪽을 향해 앉아계신다는 것이었다. 단청칠이 벗거진 고풍스런 전각 안에 부처님 한 분만이 동쪽을 향해 합장하고 계셨다. 삿자리 짜던 앉은뱅이가 돈독한 불심으로 이곳에서 걷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진리를 상징하는 비로자나 부처님이 전각의 측면으로 틀어 앉아 동쪽을 향해 앉으셨다.


  부처님 계신 벽 뒤에 있는 백의 수월관음도, 18세기 후반에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둥근 달을 배경으로 흰 옷을 입고 물가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 관세음보살은 치마를 입고 화불이 있는 보관(寶冠)을 썼으며 보관에서부터 전신을 감싸는 베일을 걸치고 있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올려놓은 반가부좌의 자세로 몸을 약간 틀고 바위 위에 앉아 있다. 관음보살의 앞쪽에는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정병이, 등 뒤로는 대나무가 표현되어 있으며, 화면을 향하여 왼쪽 아래 구석에는 선재동자가 허리를 굽혀 합장한 자세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화면의 구성요소와 자세는 14세기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와유사하다.


전면의 대광보전과 그 뒤의 대웅보전


대광보전 왼편에 있는 응진전, 그리고 백범선생이 '원종'이란 법명으로 잠시 은거하셨다는 거소.


  백범선생 거소에는 선생의 초상 사진과 기념 사진 등이 걸려 있었다. 그 옆에는 해방 후인 1946년에 백범 선생이 방문하셔서 은거 당시를 회고 하시며 심었다는 향나무이다.


향나무 앞의 안내문


해방 후, 1946년 대광보전 앞에서 기념하신 백범 선생 사진



  평소 백범 선생이 즐겨 쓰시던 휘호, 휴정 서산대사의 5언절구,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김구선생의 친필 휘호로 손자인 김양이 기증했단다고 한다. 필체의 힘이 보통 강건한 것이 아니었다. 백범 선생의 기상과웅지가 그대로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눈을 밟으며 들 가운데로 가는데, 어지럽게 함부로 가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자취를, 따르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정도를 걸으며, 한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선생의 인생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 하다.


대광보전에서 대웅보전으로 오르는 길에 내려본 심검당


대웅보전, 이층 전각으로 그 규모와 기개가 장대하다.


대웅전 안의 부처님


 대웅전에서 내려와 냇가로 가며 돌아본 마곡사 경내.


백범선생이 은거하실 때 명상하며 걸었다는 산책로,


백범선생이 울면서 삭발했다는 바위


마곡사를 휘돌아 흐르는 냇물, 징검다리가 제법 운치를 준다.


  주차장에서 마곡사 경내까지 10여 분 이상 걸어야 했다. 뜨거운 날씨에 아스팔트길을 타박타박 걷는 것은 조금은 유쾌하지 않은 길이었다. 그늘이 있고 냇물이 흐른다해도 지나는 과객으로서는 고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걸어가는데, 걷는 사람들을 스치며 지나다니는 승용차들은 애써서 절을 찾는 민초들을 섭섭하게 하곤 한다. 절입구에 즐비하게 세워진 승용차들을 보면, 왠지 노골적인 차별같아서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다. 경내까지 승용차로 들어오는 분들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수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백범 선생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 사이 백범 선생을 기념하는 명상길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천년 고찰 마곡사에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되는 일이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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