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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백제의 미소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 삼존불상을 찾았다. 이 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전에는 전각 속에 삼존불이 보호되고 있어서, 부조에 나타나는 그림자가 흐렸기 때문에 미소를 찾아보기 어려웠었다. 그런데, 전각을 철거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백제의 미소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었다. 마침 시간도 오후였기에, 안성맞춤이라 조바심까지 일었다. 단지 날씨가 흐렸다는 것이 조금 섭섭했지만...

 

 골짜기 개울을 건너 삼존불상에 오르는 길, 나무다리를 건너 지나 돌계단으로 올랐다.

 

 오르면서 삼존불 방향인 왼쪽을 바라보니, 전각을 세웠다가 철거한 흉터가 볼상 사나웠다. 돌담 위로 부처님 옆얼굴이 살짝드러나 있었다. 아아! 부처님, 아니, 고대 백제의 우리 할아버지!

 

 관리 사무실 앞마당으로해서 작은 대문을 지나면, 바로 삼존불이 있다. 탐방객들은 많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관리실 마당을 가로질러 불이문 뒤가 삼존불 계신 곳이다.

 

 삼존불 앞 왼쪽에 세워진 안내문, 국보 84호임을 밝히고 있었다.

 

 그림으로만 보았던 부처님의 미소! 전각이 없어졌기에 오후의 그림자가 불상의 음영을 그윽이 파 놓았다. 그 덕에 온화하고 잔잔한 부처님의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부처님 상호가 바로 백제사람들의 얼굴이기에, 저 불상의 미소는 바로 백제인의 미소로 오늘에 전해진다.

 

 

 

 바라보는 방향으로 왼쪽엔 과거부처님으로 제화갈라보살 입상, 가운데가 현세불인 석가여래 입상, 오른쪽이 미래불로 미륵반가사유상으로 삼존불을 새겼는데, 웃음모양이 각색이다. 내가 보기엔제화갈라보살님은 파안대소 직전의 웃음이며, 석가여래님은 흡족한 듯 만족스러운 미소이고, 반가부좌 하신 미륵보살님은 무엇에 심취하여 만족하신 웃음이다. 지금으로부터 천오백 년 전, 백제 석공의 인생을 달관하신 혜안의 솜씨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윗부분이 앞으로 튀어 나오고 아랫부분이 들어간 경사진 바위에 불상을 새겼다. 안내문대로 직각 부조가 아니기 때문에 비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을 막을 수 있었나 보다. 따라서 애시당초 지붕을 씌웠던 전각은 불필요한 장치였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도 통찰력 있는 검증이 있어야 하겠다.

 


뿌듯한 마음으로 되돌아 가는 길, 불이문을 지나 관리 사무실을 건너 내려간다.

 

내려가는 나뭇길과 다리

 

 모름지기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법은 순리에 따라야 한다. 어떤 작위적인 보존 방법은 오히려 문화재를 해치는 일이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경주 토함산 석굴암이란다. 유홍준님은 '한국의 미'에서 석굴암을 보수하면서 그 안의 자연샘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습기가 차게 되었다고 한다. 습기 때문에 석상에 이끼가 생기고 돌이 훼손되어, 그 습기를 없애기 위해서 유리문으로 석굴의 입구를 막고, 에어컨을 설치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에어컨 없었던 그동안의 세월에 석굴암의 조형물들은 어떻게 보존되었을까.

 이 삼존불상도 전각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던 구조물을 없애고나서 바로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아,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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