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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눈 오는 날

새 해 들어 많은 눈이 내렸다.  칠십몇 년 만의 폭설로 육해공 교통이 한 때 마비되었었다고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눈이 싫다.  군대시절, 제설작업 때문에 고생했던 일이며,  눈길에 미끄러져 교통사고를 겪었던 경험들이 눈을 진저리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는 눈에 대한 작은 낭만으로, 눈을 맞으며 눈 덮힌 산길을 올랐다.  벌써 부지런한 등산객들의 발자국이 찍어 있었다.  정강이까지 빠지는 산길에서 눈을 헤치고 산에 오르는데, 옛 추억들이 새로 찍히는 발자국 따라 조금씩 기억 저편에서 스멀스멀 걸어 나왔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 즐거워하며,  사람들의 흔적 없는 샛길로 최초의 발자국을 찍으면서 어린애처럼 산에 올랐었다.

 

 

 

  눈은 동심을 부른다.  벌벌 기는 자동차와 달리 어린이들은 제 세상을 만났다.  계단길이 썰매장이 되었다. 비료포대 비닐 한 장이면 만사 OK... 

 

 

 

 

 

눈내린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린 누나가 더 어린 남동생을 밀어준다.  오늘 눈 위에서의 이 남매의 눈썰매는 아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랫동안 각인될 것 같다. 

 

 

 

  눈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도 즐거워 보였다.  하얗게 덮인 세상에서 저마다의 순백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삭막한 겨울 도심 속에서 눈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숨어있는 꿈과 낭만들을 불러오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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