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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충남 서천 홍원항

  오직 회를 먹으러 홍원항에 갔었다. 충남 서천군 서면 도둔리에 있는 홍원항은 어항으로 규모가 제법 크다. 한적한 시골 어촌 마을을 뛰어넘어, 덩치 큰 어선들이 대부분이었다. 금년 들어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접때도 날씨가 흐리고 빗발이 보였는데, 이번에 역시 빗줄기가 오락가락한다. 인근에 동백정이 유명하다고 해서 방문했다가, 정자 바로 옆의 화력발전소를 보고는 망가져버린 풍경에 퍽이나 실망했었다. 그때, 이 홍원항에 들러 횟감을 사려다 시간이 맞지 않아 갈 길로 되돌아갔었다. 그것이 회한이 되어, 이번 방문에는 오직 횟감을 구하기 위하여 활어시장으로 갔다.

 

  무쏘승용차가 바퀴 달린 받침대 위에 보트를 싣고 끌고 있었다. 나도 한 때 저런 로망을 가진 적이 있었다. 푸른 파도를 헤치며 흰 물살 자취를 흩뿌리면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요트의 모습에 매료되어, 그렇게 꼭 살아보고픈 환상을 꿈꾸기도 했었다. 너무 신기하게 보여 한 참을 바라보았었다.

 

어항에 딸린 활어시장에서 횟감을 골라 보았다. 광어는 kg에 이만오천 원, 우럭은 이만 원, 소라는 일만 원, 대충 이런 가격이었는데, 생각보다 값이 싸지는 않았다.

 

  이곳저곳 다니며 고르다가 우럭 2 마리 2kg에 4 만원 주고, 소라 1kg 일만 원어치 더 샀더니, 개불과 바지락 몇 개를 올려주었다. 까만 비닐에 퍼덕거리는 우럭을 넣고, 2층 횟집으로 올라 가는데, 그만 비닐이 찢어져 우럭이 계단 아래로 튀어 갔다.  우럭의 등비늘이 비닐을 찢었나 보다. 생각지 않은 낭패에 한참을 당황해하다가 겨우 수습을 해서 2 층의 횟집 주방장에게 건넸다.

 

주방장의 솜씨, 양념 및 채소값이 1 인당 7 천 원, 매운탕 포함해서 상차림 비용이 세 명에 이만 천 원이었다. 결코 싼 값이 아니었다. 우럭회는 머리를 떼어내서인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1kg이라는 소라가 더 푸짐해 보였다.

 

  활어값은 어딜 가나 대한민국 공통인가 보다. 신선도 때문에, 혹은 값싸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장점으로 어항을 찾는 것일 텐데, 불원천리, 멀다 않고 찾아온 노력에 비하면, 한없이 비싼 값이다. 동네 수산시장이나 산지 어항의 활어값이 비슷하다면, 구태여 그 먼 산지 어항까지 갈 필요가 없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차라리 동네 횟집에 편히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이 훨씬 나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빗방울이 후드득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매운탕에, 큼직한 우럭 머리까지 포식했으나, 떠나는 발걸음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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