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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윤삼월

그토록 춥고 지리하던 겨울 끝에 봄맞이한 것이 엊그제인데, 요즘은 한여름 폭염처럼 햇볕이 뜨겁다. 무더위 때문인지 벌써 뜨락의 영산홍도 제빛깔을 잃어간다. 머리가 아파 산책삼아 잠깐 뒷산에 올랐더니, 앙상하던 나목의 계절이 언제였나 싶게 녹음이 무성하다. 향긋한 숲내음과 이름모를 꽃향기가 진하게 퍼져왔다. 양지녘엔 벌써 아카시아 꽃이 떨어진다. 예년에 비하면 1주일은 빠른 듯 싶다. 오월하고도 중순쯤에 피는 아카시아꽃이 벌써 피었다. 일찍 피어야할 과수나무꽃은 추위 때문에 늦게 피었다고 한다. 자연도 순리대로진행되면 좋을텐데, 기후변화가 들쭉날쭉 변화무쌍해서 조금은 걱정스럽다. 자연도, 세상사 사람들의 일들도, 순리대로 때맞추어 풀려나갔으면 좋겠는데...



 

    윤사월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송화가루가 조금씩 날리기 시작한다. 박목월시인의 노래처럼 '윤사월'은 아니지만, 갑자기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시가 생각났다.봄의 생명력이세상에 충만하여, 깊은 산 속 눈 먼 처녀의 마음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 든다.보이지 않는 세계지만 봄따라 찾아오는 봄바람을 산속 처녀도 억제하기 힘들다. 마음대로 나가진 못하고, 바깥세계를 동경하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향기를 조용히 느껴보는 처녀의 모습이 눈으로 보는 듯, 선연하게 그려지는 계절, 윤삼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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