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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앗싸, 새우깡!

 

  새우깡 덕에 갈매기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새우깡 획득에 이미 익숙해진 듯, 거센 바람에도 연처럼 제자리에 머물면서 새우깡 던지기를 기다렸다. 공중에 던져진 새우깡을 다 받아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날쌔게 부리로 낚아채 입에 물었다. 챤스를 놓친 녀석들은 부럽다는 듯, 다시 새우깡이 던져지기를 애처럽게 기다렸다.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의 새우와 바다의 생새우는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잘 봐! 새우깡은 이렇게 무는 거야." 

 

"에이- 아쉽다!"

 

"뭐해? 또 던져 봐!"

 

 

  새우깡에 길들어져, 사람들을 바라보면 새우깡만을 생각할 갈매기들의 타성처럼, 나 역시 세상사의 편견대로 하루들을 보내는 것 같아 깜짝 깜짝 놀래곤 한다. 그 동안 수차례 겪어보았던 자동차 회사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새 차가 나왔다면, 인터넷을 뒤지면서 새로운 정보라도 얻으려고 애쓴다. 까짓것 새 차라해도 몇 년 지나면, 별 것도 아닐텐데, 지나가다가도 관심가는 차들이 지나가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처다본다. 그렇다고 좋다는 광고대로 새 차들을 모두 사서 타고 다닐 것도 아니고, 차를 타고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저 세상이 부추기는 허영심에 물욕만 커져서 마음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니, 참 고약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진 것이 누가 되어 일을 그르치게 되었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내 것 때문에 불편한 세월이 그토록 많았음에도 지난 일을 생각지 못한 것은 내 미련 탓이다. 자동차를 처음 샀을 때, 밖에 세워 둔 그 차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 자다가도 일어나 주차된 내 차를 확인하곤 했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오히려 그 첫 차를 10 년 탔을 때, 거리 운행 중 누가 살짝 접촉사고라도 내주기를 바랬던 고약한 심보도 있었다. 그 동안 몇 번 차를 바꾸며 이 회사 저 회사의 차들을 타 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레간자가 제일 좋던데, 중고차 시장에서는 대우차 이미지 때문에 언제나 찬 밥이었다.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10년이 넘도록 가지고 있으면서도, TV 뉴스나 광고에 나오는 새 차를 보면, 새우깡을 바라고 사람만 보면 달려드는 갈매기처럼, 타보고 갖고 싶은 내 미련함은 끝이 없다. 쿠킹호일이라 빈정거리면서도 현대차를 보면 줄 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그 줄에 나래비 서있는 것도 나 자신이니까 다른 사람 핑계를 댈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자동차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전원주택을 보면, 그 예쁜 주택을 갖고 싶고, 신도시 모델 하우스에 가보면, 또 새로 지은 아파트가 탐이 난다. 거대 기업들이 예쁘게 포장한 상품을 보면 볼 때마다 갖고 싶어 호기심과 허영심을 키우는 우리네 인간들은 갈매기보다도 더한 타성의 덩어리 속에 산다. 모순되게도 타성 속의 허영심과 욕망 때문에 인간 문명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선진 사회로 갈수록 그 정도가 눈덩이처럼 커져 간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행복감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질의 양과 비례하지 않음에도, 내 마음 속에 비싼 소유욕만을 키우는 것은, 자신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타성에서 비롯된다. 타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휩쓸려 사는 하루들을 갈매기를 통해서 돌이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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