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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버림으로써 얻는 사람

추웠던 날씨마저 따사로운햇살에 사라져 봄기운이 이 세상에 만연한데, 스님은 떠나셨다.

가난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이 마음의 누(累)라고, 말씀하시던 스승님이 오늘 한 줌 재로 먼 길을 가셨다. 평소의 그분답게 사리도 얻지 말며 탑도 쌓지 말라고 하셨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 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평소의 말씀을,  가시면서도 몸으로 보이시며, 가르침만 남기시고, 육신은 우리곁을 떠나시고 말았다.

 

 

 

  못 살던 6~70년대에 비해 그래도 잘 살게 되었다는 요즘,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며 불행해 하는 걸까.  판자집에서, 혹은 월셋방, 단칸방에서 한 이불 덮고 체온으로 가족들을 녹이던, 배고픈,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또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사람을 믿지 못해 거리에 출입구에 승강기마다 감시 카메라를 놓고,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개인 돈으로 세콤까지 달아놓고서야 잠잘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눈에 불을 켜고 내 눈앞의 이익만 튕기며 살고있다.

  선진국이라는 곳, 가봐야 밤중에 마음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도 없는 곳이었다.  백주에도 강도나 테러 당할까 봐, 내 소지품을 감싸안고 조심조심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오히려 가난한 이웃나란 그렇지 않아보인다. 구걸을 할지언정 훔치진 않는다. 행복은 반드시 물질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전쟁의 원인은 결국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님께서 열반하시는 날. 불자는 아니지만,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스님의 말씀처럼, 버리면서 사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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