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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간절히 자신의 소망을 빌고 있습니다. 그들의 소원은 모두 동일합니다. 자식들의 수능고득점! 수능고득점을 위해 빌고 또 빕니다. 절에서, 교회에서, 또는 점집에서, 부처님께, 하느님께, 신명님 또는 대감님께 열심히 빌고 또 빕니다. 비는 정성에 비례하여 점수가 나오길 갈망하지만 결과는 반드시 그렇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산에 오르며 저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시기를 염원해 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 왔습니다. 젖 떨어지기 무섭게 유치원에 입학해야죠. 아이들은 초등학교 다니면서부터 방과 후, 몇 개의 학원을 돌면서 생존을 위한 학습활동에 힘씁니다. 중학생이 되어선 특목고에 가기 위해, 또 특목 학원에 다녀야 합니다. 해괴한 것은 특목고 입시에 중학교에서 배운 것이 출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찌해서 상위그룹에 끼어 특목고에 진학한다면, 유학준비에 힘써야 하겠고, 보통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다면, 별 보기, 달보기 운동을 해야 합니다. 무슨 올빼미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새벽부터 심야까지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하루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학교 끝나면, 또 학원 버스를 타고 학원수업을 받습니다. 지가 뭔 슈퍼맨도 아니고 컴퓨터도 아닌데도. 잠자는 몇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오직 공부를 위해 풀가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식을 쓸어 붓는다고 다 입력되어 기억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학교수업시간에는 꾸벅꾸벅 좁니다. 야간 자율학습시간엔 졸다가 걸리면 혼납니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애들은 애들대로 지쳐서 뻑뻑한 기계인간이 되어 가고, 부모는 부모대로 박봉으로 꾸려가는 생활비를 교육비 명목으로 털립니다. 학교에다, 학원에다, 과외선생에게다 각종 명목으로 둘러댄 교육비로 지출을 강요당합니다. 학원에 가지 못하거나 과외하지 못하면 당연히 공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고, 과외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서 다행히도 부모의 소원대로 수능고득점을 얻으면 성공한 건데, 대부분은 고득점을 얻지 못하니, 그게 문젭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야 하는데, 수능점수 좋은 학생이면 이른바 일류 대학에 가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맞는 대학을 찾아 조선 팔 도로 흩어져야 합니다. 좋은 대학과의 거리와 수능 점수는 정확히 반비례합니다. 그런데, 분수셈도 모르고 지 이름 석자도 한자로 못 쓰는 애들도 대학 4년을 마친다는 겁니다. 대학에서 뭘 배우나요? 정상적인 대학의 교육과정은 일 년에 다섯 달 이상이 방학으로 돼있고, 학기 중에도 수시로 휴강에 결강이 다반산데, 대학에서 학생들이 무슨 공부를 열심히 한답니까. 고등학교 때까지 억눌린 욕구를 술담배로 풀어내느라 정신없어 보입니다. 대학은 대학대로 학벌을 증명하는 졸업장 발행비로 엄청난 등록금을 챙기지요. 좋은 대학 증명서로 취직하면 다행이고, 취직 안 된 애들은 학력에 걸맞은 직장을 찾지만 대부분의 애들이 대졸잔데 좋은 직장에 취직이 잘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땅히 할 일도 없습니다. 국가는 뭘 합니까? 누가 돈 벌었다면, 세금은 득달같이 떼 가지만, 실직하면 그만이지 뭘 챙겨 준답니까. 다행히 요즈음 전 정부 때부터 실업수당 얼마를 준다고도 하던데...

 

대학 가지 않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우대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실로 공부하고 싶은 자, 대학 가서 공부로 정진하고, 공부 좋아하지 않는 자, 지 좋아하는 분야로 나가 자기 일을 하며, 세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학교 공부란 그저 보통 사람들은 세상 사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교양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수능점수 많이 따고 좋은 대학 가려고 내성적 떨어질까 봐 같은 반 친구를 견제하며 경쟁하는 오늘의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게다가 점수와 학력을 미끼로 부모들의 피땀을 쥐어짜는 우리네 교육 환경은 정말 개선되어야 할 우리의 과제입니다.

 

오호, 통재 통잽니다. 출산율 떨어지는 것 당연합니다. 현실의 삶이 곧 고통입니다. 그 고통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싫어서라도 자식을 낳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도, 당국자들은 쓸데없이 수능점수 공개하며, 일류학교, 삼류학교 만들어서, 자존심 긁어놓고 경쟁심만 부추깁니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수의 엘리트 양성을 위해 쏟아붓습니다. 소수의 엘리트는 기회균등한  교육환경에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재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다반사니 이거 정말 환장할 지경입니다. 소수 엘리트는 소수의 지배층이나 재력가가 되어 백성의 고통은 염두에도 없습니다. 

 

어려서 고생한 자, 머리가 좋아 출세했다면, 그가 어렸을 때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출세하면 그 즉시 소수 상위층에 정략적으로 편입되어 몰인정한 또 한 명의 상위인사가 되어 버립니다. 서민 없이 상위층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역지사지 없이,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현실에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우리의 장래는 암울합니다. 올챙이 시절을 잃지 않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청계사 지붕 위로 가을이 흐릅니다. 노오란 은행잎이, 오렌지색 참나무 잎이, 붉은 단풍잎이 흐드러집니다. 자연처럼 정직하게 인생사도 쌓여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로움으로 파란 하늘처럼 온 세상이 깨끗해지시기를...

 

산사에서 점심공양을 합니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줄을 서서 간단한 상추비빔밥과 구수한 된장국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서울 근교의 절에서는 모두 이런 점심공양을 베푸시나요? 관악산과 청계산 이곳에서 부처님 은혜로 중생의 허기를 면하여 감동받았습니다. 그 고마움에 보시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립공원 입구마다 매표소를 만들어 놓고  대형 사찰의 횡포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밉니다. 문화재 관람료라고 하는데, 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냅니다. 설악동에선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에 간다는데, 신흥사 관람료를 받습니다. 자기네 절 먼 곳인 설악동 입구에 매표소를 차려 놓고 강매를 하는 거지요. 그 일대가 절 땅이라고 하던데, 절 땅이면 돈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땅뙈기 하나 없는 서민의 자식들이 왜 군대에 갑니까. 조국과 민족을 위한다고 하는데, 지켜야 할 내 땅은 하나도 없고 남의 땅만 지키다 오거든요.  내 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남의 땅 지키러 군대 가서 고생합니다. 오히려 땅 많은 신의 아들들은 군대도 안 가죠. 터무니없이 새경 값도 안 되는 급여받고 아까운 청춘을 보냅니다.

매표소에서 돈 받는 하수인들과 실랑이해 보지만 결국은 돈을 내야 합니다. 입장객 중 그들의 논리에 수긍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데, 절 주지 스님은 계산기만 두드리나요. 자기네 절을 찾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울 텐데, 사찰을 빌미 삼아 생돈을 받아가는 것은 색시공을 깨우치는 종교인으로서 죄악이라 생각합니다. 등반객들을 위해 무료공양하시는 이 절 스님들은 입장료 없이도 부처님 은혜를 베푸시는데, 국립공원 내 명산대찰 스님들은 왜 그리 탐욕스러울까요. 정 입장료 받고 싶으면 등산로 입구에서 받지 말고 절 입구에서, 절 안으로 들어오시는 손님들께만 받아야 마땅하겠습니다.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내가 먹은 밥그릇은 내가 씻습니다.

 

등반길의 단풍잎! 선홍 색깔 붉은 잎에 가슴이 아려집니다. 가을이 무르익습니다.

 

 등반로를 따라 오르다가 왼쪽의 가시철조망에 경악합니다. 주인은 서울대공원. 사유지도 아닌데 가시철조망을 두르고 흉측한 모습으로 등산객을 위협합니다. 국가재산이면 국민의 재산일진대, 무슨 보물창고도 아닌 공원영역을 이렇게 무지하게 철조망으로 둘러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나다니는 등산객이 무장공비도 아니고 산바람 시원하게 맞으려는 선량한 시민들인데,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악산 안양 쪽으론 서울대에서 또 그런 철조망을 사방에 둘러놓았습니다. 내심으로 이게 우리나라 관리들의 고질병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는커녕, 봉으로 알며 업신여기는 태도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등반로가 예쁩니다. 건조한 탓으로 먼지가 풀썩거려 불편하지만 아기자기한 그 멋에 빠져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턱에 서서 아래를 굽어보니, 가시철조망의 주인인 서울대공원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등산로 좌측으로 석기봉이 보입니다. 사진에선 맨 오른쪽입니다. 석기봉 좌측이 정상인 망경대입니다.

 

석기봉에서 북쪽 지척거리에 있는 망경대!  청계산 정상이라는데, 군부대시설만 가득합니다. 지난번엔 석기봉에서 되돌아갔는데, 오늘의 목표지는 저 망경대까지입니다. 애석하게도 산정상 바로 밑에서 사람들이 정상의 기분을 즐기고 있습니다. 정상에 군시설물들이 있는데 조금만 치워주면 시민들과 정상을 사이좋게 공유할 수 일을 것 같습니다만, 이직은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나 봅니다. 가파른 경사도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망경대에 간답니다.

 

드디어 망경대 바로 아래에 올랐습니다. 남쪽으로 석기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수원 광교산이 구름 속에 희미하게 보입니다.

 

석기봉 위 등반객.

 

아래로는 서울랜드와 미술관, 시계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만, 정상 위에 서있는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

 

망경대 북쪽, 매봉 가는 능선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청계사 쪽으로 되돌아가고, 다음 산행 땐, 저 길로 내려가리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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