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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화성 창룡문

  구름이라도 받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날씨는 쾌청한데, 바람이 셌다. 모처럼 망원줌렌즈를 준비해 갔는데, 구도를 잡을 수 없어서, 광각줌으로 갈아 끼웠다. 표준 줌은 무게 때문에 가져가지 않았다. 시험 못 본 놈이 연필 탓한다고, 렌즈 탓만 할 수 없어, 자주 번갈아 끼우며 촬영했는데, 망원으로는 건진 게 하나도 없었다. 추운 날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아 손을 불어가며 고생한 것에 비해 소득이 없으니, 조금은 허망했다.

 

  날씨가 춥고 보니,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단체 관광객들은 일본사람들이었다. 얼굴 하얀 백인들은 둘 아니면 셋, 오손도손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창룡문은 화성의 동문이다. 성문을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에 반달모양의 옹성이 있다. 이 옹성 때문에 밖에서는 성문이 보이지 않는다. 성문을 깰 수레가 성문에 접근할 수도 없다. 접근했다 하더라도 옹성과 성벽 위의 군사들의 일제 사격에 몰살되기 십상이다. 화성의 4대 문은 모두 성문 밖에 이런 옹성을 설치했다.

 

  창룡문 앞 네거리엔 서울 가는 1번 국도 지하차도가 완성되었다. 그동안 지하차도 공사 때문에 교통이 엉망진창이었다. 주변 경관도 마구 파헤쳐 볼썽사나웠었는데, 국도공사가 끝났기에 이제 주변 경관도 보완되리라 싶다. 아름다운 화성이 제 모습 찾기를 바라며, 창룡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북경 자금성에 갔을 때,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자금성의 위용을 보이기 위해 자금성 주변에 고층 건물을 절대로 못 짓게 한단다. 자금성은 규모 자체만으로도 대단한데, 근처에 높은 건물이 없으니, 당연히 더 크고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궁궐(경복궁이나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주변에 고층빌딩들이 즐비해서, 단아한 조선의 궁궐들이 위축되어 보인다. 한 나라의 상징으로 웅장한 위엄이 추상같아야 할 궁궐들이 거대한 빌딩 숲에 둘러 쌓여 위엄을 잃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성의 성벽 따라 길을 걸으며, 풍경이 아름다워 카메라 파인더로 내다보면, 영락없이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것이 바로 고층 아파트이다.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재로 지정될 때, 그 문제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웬일인지그냥 넘어갔다. 이제 또 광교 신도시 고층 아파트들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 화성의 스카이 라인은 점점 그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어서, 그야말로 안쓰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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