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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진도 세방 낙조 전망대

 

  진도읍에서 하룻밤 숙박을 했다. 피서철이라 그런지, 숙박지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 많은 곳이면 따르는 불친절함에 운림산방에서의 아름다웠던 감흥이 사라져 갔다. 퉁명스런 표정과 쇳소리 섞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방값을 흥정하던 진도 교육청 부근의 모텔 여주인의 냉랭함이 가슴을 쳤다. 결코 편안하지 않을 숙박지 같아서 방을 나와 몇 군데를 찾아다녔으나 업소주인들의 불친절은 대동소이했다.

 

  겨우 찾아든 모텔 방안엔 선풍기가 고장 나 있었다. 선풍기 날개가 보호망을 스치며 뼈를 가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무성의가 어찌 보면 우리의 현실인 것 같아 서럽기까지 했다.  덕분에 집에서는 전기세 아까워 잘 켜지 않던 에어컨을 밤새 틀어놓고 잤다.  한밤 중에 벼락을 동반한 호우가 사정없이 창문을 때렸다. 작년부터는 여름 들어 햇볕구경 제대로 해본 것 같지 않다. 아열대 기후로 우기라고 불러야 한다지만...  여행 중에 비 맞는 것은 아무래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더더욱 비 내리는 것은 질색이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서 푸른 하늘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아침 일찍 일어나, 조반도 거르고 진도 일주를 시작했다. 해안도로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내비게이션을 켜고 서쪽 바닷가로 달려갔다. 비는 간헐적으로 내렸고, 구름이 안개처럼 낮게 드리워 시야가 제한적이었다. 그렇게 가다가 만난 곳이 세방낙조 전망대였다. 구름 안개가 자욱해서 멀리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경관이 수려해 보였다. 날 맑은 날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으로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았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도 눈에 거슬리는 것은 어김없이 전봇대와 전깃줄이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관광지에서만은 땅에 묻었으면 좋겠다.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은 문명의 이기라기보단 흉물에 가깝다. 많은 돈을 들여 지상설비만 번지르게 치장해서 무엇하나 싶다. 난마처럼 얽힌 전깃줄이 시야를 가리고 하늘을 가리는데...

  높은 언덕에서 비록 구름 안개에 가린 수평선과 벼랑들을 바라보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는 있었다. 시비를 세워 놓은 것은 진도 군청 공무원의 탁월한 혜안이라 생각되었다. '그 섬에 가리' 그 섬, 진도에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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