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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신륵사

  명성황후 생가를 지나, 신륵사로 향했다. 신륵사는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이라 정겨운 곳이기도 했는데,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예상은 빗나가 버렸다. 신륵사 앞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변에는 블도저와 포클레인들이 굉음을 내며 먼지들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강변의 수양버들은 꽃가루들을 하루살이 떼처럼 뿌옇게 먼지에 섞어 날려댔다. 일주문으로 통과하려니, 과장 없이 그대로 표현한다 해도, 절로 들어가는 도로 위에 흙먼지가 5cm 이상 쌓여 도저히 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흙먼지를 피해 도로 옆 풀밭 뚝으로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청아한 풍광을 보려는데, 흙먼지구덩이 속으로 기어 든 셈이었다. 강둑은 사방으로 어지럽게 파헤쳐져 있었다. 게다가 절안까지도 공사판이었다. 사방에 흙더미와, 출입을 제한하는 비닐끈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4대 강 공사가 끝난다고 해도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심통이 나서 매표소를 지키는 사람에게 볼멘소리를 내질렀다. "살수차로 물이라도 뿌려가면서 입장료를 징수하라." 그 사람은 '공사장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너무 간단하게 대답하며 태연자약했다. 가뜩이나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라고 돈 받는 행위조차 못마땅한 판인데... (이건 정말 개선 안 되는 걸까?)

  자연과 어울리는 전통 사찰 앞에 인위적인 강둑과 조경수들로 꾸며진 공원이 들어선다 해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미 사라질 터이었다.

 

  시원한 남한강 강바람도 쐬고, 예쁜 사진도 찍으려는데, 공사판 흙무더기 때문에 어디다 초점을 두어야 할 지 몰랐다. 가급적 공사판을 피해서 작위적인 구도를 잡을 수밖에 없겠다.

 

들어가면서 바라본 신륵사 우측면에 약수대인 '세심정'과 범종루가 있다.

 

법당 뒤 명부전과 조사당

 

범종루와 황색 벽의 극락보전

 

대장각기비각으로 고려말 목은 이색이 공민왕과 돌아가신 부모님의 명복을 빌고자 대장각을 인출하고 대장각을 지어 봉안한 사실을 기록한 비문을 보존하는 비각이다.

 

벽돌탑으로 건립연대는 확실히 알 수 없고 고려시대쯤으로 추정하며, 영조 때 다시 지었다고 한다.

 

남한강 암반 위의 석탑과 정자

 

신륵사의 좌측 끝 강가에 서 있는 이 석탑은 고려말 나옹선사 화장지로 알려져 있다.

 

 강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정자 강월헌(江月軒) - 목조가 아닌 철근 구조이다. 정자 안에 들어가니, 시원한 강바람이 철 이른 더위를 식혀 주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곳마다, 누렇게 쌓아 올리는 강둑과 빗물에 유실되지 않도록 파란 비닐을 엉성하게 덮어놓은 공사현장뿐이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강들은 공사판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500년 넘은 은행나무 밑에서 바라본 신륵사, 좌측면 전경

 

  허탈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신륵사를 떠났다. 또, 5월의 날씨는 왜 이리 더운지... 가까운 곳에 온천이 있다니, 그곳에서나 공사판 흙먼지를 벗겨야겠다고 마음먹고 방향을 돌렸다.

  4대 강 사업이 끝난다 해도 당분간은 신륵사를 찾지 않으련다. 비록 인위적이긴 하지만 강변에 새로 심어질 조경수들이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짙푸른 그늘을 드리웠을 때쯤이나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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