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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오대산 월정사

산이 좋아 오대산에 갔는데, 이찌 사찰순레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 명산 명당 자리마다 부처님을 모셨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만, 불교 교리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유명한 사찰은 모두 답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월정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가보았지만상원사와 적멸보궁은지나쳐 버렸기에 마음먹고 들렸던 것입니다. 생각같아서는 비로봉까지 오르고 싶었지만 일행 때문에 그러진 못했습니다. 어쨌거나 오대산을 빠져 나오면서 월정사에 들렸습니다. 약 15년만에찾아온 것 같은데, 그 동안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상원사에서 내려오다가 포장도로에 접어들면서 계곡이 넓어지는가 싶더니, 커다란 아치형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길옆자리에 차를 세워두었습니다. 주차장까지 가는 것이 번거로워서 역시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하고 아치형의 다리를 건넜습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리였기에 성큼 올라서서두루 살피면서 천천히 걸어 건넜습니다. 맑은 계곡물에 눈이 시려왔고, 맑은 물소리에 귀가 맑아진 것 같습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대산 월정사'라 씌여진 전각을 마주했습니다. 이 전각 이름은 용금루인데, 전각 아래를 통과하면 부처님 모신 법당이겠습니다.


너무나 많이 봐왔던 국보48호인 월정사 팔각 구층 석탑과 부처님 모신 적광전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주변에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석탑 앞에 석탑을 향해 읍하고 있는 보살석상도 생소했습니다.


석탑의 빛깔은 고색창연한데, 석탑을 에워 싼 돌 울타리와 보살석상은 속살을 들어낸 듯 희게 빛나는 것이 조화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법당 좌우에 세워 둔 석등, 역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며 어색하게 서 있었구요. 화엄사 석등과 비교해서 생각하니, 너무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법당 주변을 둘러보는 참배객들이 많았습니다. 외국인들도 꽤 있었구요. 법당 안을 들여다 보았더니 바닥에 양탄자를 깔았습니다. 바닥에 양탄자를 깐 절은 아마도 처음 보지않나 싶습니다. 전통적인 월정사를 생각했었는데, 많이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커다란 전각들이 주변에 들어서 있어서, 갑자기 대형화된 것 같습니다. 언듯 생각에 일본의 동대사가 생각 났습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일본의절들과 중국의 절들도 연상이 되었구요. 순간 우리 고유의 것을 나무 상실해 버렸다는 안타까움이 사무쳤습니다.


월정사 법당 왼편 아래에 있는 금강루입니다. 위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올라갔었는데, 2층에는 윤장대라는 돌림통이 있었습니다. 돈을 주면 돌릴 수 있는 큰 6각통이었는데, 내가 불심이 없어서인지 유치해 보였습니다. 화려한 단청과 누각의 모양새도 보기에 썩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다시 올라와 적광전과 구층 석탑을 바라보니, 왠지 서운한 마음이 컸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월정사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사찰은 그 크기가웅장하지 않습니다. 그 유명한 불국사나, 송광사, 선암사도 웅장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진 않습니다. 돈은 많이 들인 것 같았지만, 아둔한 내 소견으로는 월정사는 이제 전통미를 잃어버린 통속적인 절이 돼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월정사를 떠나면서도 뭔가 깨끗지 못한 침울함이, 내 마음 한가운데오래동안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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