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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해동 용궁사

  바닷가 사찰로 유명한 부산 해동 용궁사를 갔다. 용궁사로 들어가는 도로는 공사 중이었는데, 사찰 입구도 좀 정비되어야 할 것 같다. 길가 징수원에게 주차료 2000 원을 낸 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좌우에 도열한 상점들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가니, 12 지신상을 비롯한 석물들이 즐비했다.불교와 무관한 석조물들도 있어서 종교적 분위기가 다소 산만했다. 용문석굴이라는 작은 석굴을 통과하여 나서니, 탁 트인 전망 아래 사찰 전경이 눈에 들어 왔다. 한 눈에 봐도 절경 그 자체였다.



  절에 곧바로 입장하지 않고, 좌측의 작은 길을 따라 바닷가로 나가, 멀리서 용궁사를 조망했다. 경관이 뛰어나게 빼어난 명승지에 우뚝 서있는 아름다운 사찰이었다. 이런 곳에 절을 짓다니 놀라운 발상이었다. 동해의 파도가 굽이치는 기암 괴석의 암반 위에 절을 세웠기에 '용궁사'란 이름이 아주 걸맞다고 생각했다. 하얀 돌로 아치 형태로 만들어 세운 다리 아래로 시퍼런 파도가 들이치고 있었다. 갑자기 양양 낙산사 안 홍련암이 생각났다. 홍련암은 절벽과 바다에서 솟은 바위에, 걸쳐 세웠기 때문에 암자 아래 까마득한 낭떠러지 사이에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며 드나든다. 부처님께 큰 절로 공양 드리면, 스님들께서 바닥에 막아 놓은 마개를 열어 바닥 아래 낭떠러지 사이로 드나드는 파도를 보게 해주었다. 그런 기막힌 절경을 보게 해주시는 것도 아마 불심이겠다. 나무아미타불~



아치형 석교를 지나면 경내로 들어가는 문이 나타난다.


절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만복문이다. 전통적인 고전미보다는 현세적이다. 글씨체도 그렇고... 전통적인 사찰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중앙에 대웅전이 있고, 마당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었던 지하 약수터였다. 내려가서 약수 한 잔을 마셨다. 복을 부르는 약수란다.


절의 가장 높은 곳에 해수관음상이 있다. 관음상을 바라보며, 바다까지 한 눈에 조망해 보았다.



  황금색 포대화상 보였다. 아랫배가 묵직하신 분으로 황금색으로 치장하셨는데, 복을 주신단다. 본디 중국분이다. 이 분이 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이 있어서 포대를 메고 다니며 중생들에게 포대 속 물건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현대에 들어 포대화상에 대한 신앙과 함께 기복적 이유에 의해 저 분의 그림이나 조각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 중국 영향이다. 붉은색과 황금색을 쫓는 중국인들의 현세적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포대화상의 모습은 옛날 '금복주'의 등록상표 같기도 한데, 포천 산정호숫가에 있는 자인사에서도 본 적이 있다. 두 절의 공통점은 옛날 사찰이 있었다는 절 터에, 현대에 들어서 불사를 열어 다시 창건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연적으로 현대적 요소가 첨가된 것이겠다.


아름다운 전경 가운데, 노란 복돼지 두 마리도 보인다





 동해 절경에 아름다운 절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지나치게 현세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종교들이 기복신앙이라 비판받고 있는데, 용궁사는 '복을 비는 절'로 머리 속에 각인될 것 같다. 깊은 산 속, 스님들의 낭랑한 독경 소리와 풍경소리가 그윽한 절이 아니라, 세속의 형이하학적인 절 같아서 입맛이 조금 씁쓸했다. 불원천리 멀다 않고 찾아 왔건만, 경건한 이름다움보다는 현란한 배금주의의 한 단면을 보고 가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그저 각박하고 어려운 세상, 이곳 해동 용궁사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자비와 은덕을 흠뻑 베풀어 주시길 바라면서, 용궁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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