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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서산 부석사

  고려시대 건축묵물로 유명한 무량수전의 영주 부석사가 아니라 충남 서산에 있는 부석사입니다. 소재지도 충남 서산시 부석면입니다. 어쩌면 중국과 마주 보고 있는 이곳이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절한 이야기의 실체가 깃든 곳 같기도 합니다.

  일찌기 신라시대, 원효대사와 함께 중국유학을 준비했던 의상대사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두 스님은 중국유학을 위해 당성 부근 산 속에서 노숙을 하다가 갈증이 나자 바가지로 물을 떠먹었는데, 날이 밝고 보니 그 바가지가 사람의 해골이었다는 것이죠. 이에 무상감을 느낀 원효대사는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에서 민중 중심의 불교를 창시하고, 포교활동을 하게 됩니다. 반면에 의상대사는 중국으로 가서 원하던 유학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의상대사를 사모했던 여인이 생겼더랍니다. 그녀의 이름은 선묘, 의상대사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나 의상대사는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몰래 의상대사가 중국을 떠났다는 것을 안 선묘 낭자는 바다에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죽음을 선택한 선묘낭자는 의상대사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어, 풍랑을 헤치고 무사히 신라에 도착하게 합니다. 그 후 의상대사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선묘낭자가 도와줍니다. 절을 세우려 했을 때 사찰건립을 반대하던 토호세력들에게 선묘낭자는 큰 돌을 들어 위협함으로써 반대자들을 굴복시킵니다. 그리고 그 터에 절을 짓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뜬 돌이 있는 절, 부석사랍니다.

  영주 부석사에 무량수전 오른 편에 부석이 있습니다. 안내문에 의하면 지금도 명주실을 길게 앞뒤로 잡고 부석 밑둥을 훑어내면 거뜬히 통과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산에도 똑 같은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전설이 서린 사찰이 있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아 보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주 부석사는 떠서 움직였다는 구체적인 부석이 있고, 서산 부석사에는 선묘낭자를 기리는 선묘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저 재미있는 설화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후세인들이 만들어 세웠다 하더라도 우리의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는 거겠죠.




  원효대사가 세운 절로 기억되는 것은 별로 없지요. 원효대사는 민중중심의 불교를 포교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귀족 중심의 불교를 펼쳤던 의상대사는 곳곳에 많은 절들을 창건했습니다. 그래서 고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상대사의 이름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서산 부석사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넓은 평야 저끝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내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흐려 서해안의 전망이 좋지 않았지만, 날 맑은 날이면 서산 간척지와 서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답니다. 요즈음에는 템플스테이도 연중 무휴로 한다니, 서산지방으로 여행하며 한 번 들려볼 일이기도 한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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