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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전설이 숨쉬는 칠장사

 이번 칠장사 방문은 세 번 째였다. 처음은 sbs에서 드라마 "임꺽정"을 방영할 때, 그 배경이라 해서 찾아갔었고, 두 번 째는 2년 전쯤, 이른 봄에 지나는 길에 들렀었다. 이번엔, 이른 봄의 모습이 쓸쓸해서 녹음이 우거진 모습을 보러 갔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명부전 아래 건물 툇마루에 앉았다가 문화해설가를 만나 이것저것 칠장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때마침 그분도 무료했었던지 칠장사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냈다.

 

 

 고려시대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이 절을 중건하기 위해 내려왔는데, 퇴락한 사찰에 도적들이 숨어 살고 있었다고 한다. 7인의 도적들이 혜소국사의 도력에 감화되어, 지난 일을 회개하고 탈속하여 현자로 거듭나서 나한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나한 이야기가 있는 곳은 칠장사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아미산으로 불렸던 이 산을 칠현산이라 고쳐 부르고 절이름도 칠장사라 부르게 되었다.

 

 신라 말엔, 신라 왕자로 태어나 왕권쟁탈 싸움으로 사지에 몰린 다섯 달짜리 궁예가 유모의 품에 안겨 이곳으로 피난 와서 10세까지 머물러 살았다. 이후 궁예는 서른 살이 되어서 죽주로 돌아와 죽주산성에 은거하던 기훤의 휘하에 들어갔다가 뛰어난 친화력과 지도력을 바탕으로 기훤의 세력을 흡수하여 태봉국을 건국하는 기틀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조선 중기에는 칠장사에 은거하던 갖바치 출신인 병해대사에게 임꺽정이 가르침을 받은 곳이기도 하단다. 임꺽정은 칠장사의 일곱 나한 이야기를 듣고, 칠 형제를 만들어 일곱 두령을 조직하여,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 임꺽정이 병해대사의 유언을 받들어 목조불상을 만들어 불사를 세웠다고 한다.

 

 광해군 때, 광해군에게 탄압받아 부모와 자식까지 잃은, 인목대비가 인조반정으로 복원이 되어 대왕대비가 되었을 때, 강화도에 유배되었다가 증살(어린 영창대군을 방안에 가두고, 아궁이에 불을 때 구들장을 달구어 살해했다.)당한, 아들 영창대군을 위해 이곳 칠장사를 찾아 명복을 빌기도 했었다고 전한다. 1970년대 지금의 성남인 광주산업단지가 개발되면서, 그곳에 있던 영창대군의 묘가 그런 연유로 이곳 죽산으로 이전되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인 이 지역은 예로부터 한반도의 요충지로 죽주로 불리던 곳이다. 고구려 때 장수왕은 남하정책을 펼치면서 신라군을 막기 위해 죽주산성을 쌓았고, 고려 때는 몽고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죽주산성이 중수되기도 했다. 죽산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죽주가 일제 강점을 거치면서 안성의 작은 면으로 편입된 것은 안쓰러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향토 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죽산지방에 전해오는 궁예왕의 이야기를 현실에 적용시켜 발굴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한다.

 

 

칠장사 천왕문


원통전과 대웅전


종무소에서 바라본 대웅전과 원통전


대웅전, 퇴락한 단청빛은 예전 그대로이다.


봉업사에서 옮겨온 석불입상. 봉업사는 고려 때, 태조 왕건의 초상을 모신 4대 사찰의 하나였다고 전한다.

 

 


대웅전 부처님


대웅전 동쪽 벽에 모셔진 위패들... 역적으로 몰려 참수된,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 인목대비, 인목대비의 아들 영창대군, 신라의 자장율사, 고려의 혜소국사, 태봉국왕 궁예 등의 위패가 있다.


위패옆에 놓인 동종, 조선 후기 만들어진 것이란다.

 


임꺽정과 칠두령 벽화


임꺽정 벽화


고려시대, 도적을 교화시키는 혜소국사 벽화


궁예의 성장기를 그린 벽화

 

sbs 드라마 임꺽정 방영당시 기념사진

 


종무소 아래 건물 홍제관에 모셔진 꺽정불(임꺽정이 그의 스승 병해대사의 유언으로 칠장사를 위해 만들었다는 부처님)


꺽정불이 모셔진 홍제관 내부(3위의 부처님 중 가운데가 꺽정불이다.)


나한각과 혜소국사의 비각으로 가는 길. 왼쪽이 고려 때도적들이 나한이 된 것을 기리는 나한각, 가운데가 산신각, 오른쪽이 혜소국사의 비각이다.

 

나한각의 나한상


혜소국사 비석

 

비각 앞에서 내려다본 칠장사

 


주차장으로 내려오면서 올려본 칠장사


주차장에서 올려 본 칠장사 전경

 

칠현산 칠장사!

 꾸밈새 없이 수수한 모양의 칠장사에는 신라 때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핍박받던 사람들이 있었다. 현재는 조계종 산하 화성 용주사의 말사로 있지만, 이 절에 숨어있는 궁예왕 이야기며, 고려 때의 도적들과 조선조 의적 임꺽정 이야기는 민중들의 가슴속에 사라지지 않는 전설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칠장사를 떠나며, 다음에는 이 절을 감싸고 있는 칠현산을 올라 보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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