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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곰배령 가는 길목

"세파에 지치고, 병든 자들이여! 이곳으로 오라." 병들고 찌든, 세속의 삶에 지친 사람들의 재활처라는 곰배령. 내비게이션 달랑 하나 믿고 닥치고 찾아갔다. 조침령 터널 부근의 작은 삼거리에서 북쪽의 좁은 길로 접어들어, 계곡을 왼쪽에 끼고 한참을 올라가니 작은 다리가 있는 삼거리에서 포장길은 끝이 났다. 길가 이정표에 곰배령 주차장 안내판을 보고 조심스럽게 좁은 길을 터덜거리며 올랐다. 비포장 도로여서 먼지가 몹시 났다. 맞은편에서 차가 내려오면 길가에서 대기하다가 천천히 교행했다. 길 오른쪽으로 진동분교장이 있고, 드믄드믄 펜션들이 들어서 있었다. TV에서 보던 산골 풍경이 아니라 별장 같은 펜션 건물들이 대부분이어서 적잖이 실망했다. 이윽고 찾아간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해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주변에 차를 세우고 비포장 차도를 따라 끝점까지 쭈욱 걸어서 올라갔다.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며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부리나케 차 안으로 대피해서, 예의 비포장 도로로 터덜터덜 내려왔다. 때마침 내리는 산바람과 빗줄기 때문에 근처 펜션의 굽는 고기 냄새가 골짜기에 퍼졌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산촌을 그리며 방문한 곰배령이었기에도 스스러운 탐욕적 고기 냄새는 어울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서 곰배령을 검색해 보니, 보름 전에 점봉산 생태관리소에 예약하고 입산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단다. 우리가 올라갔던 주차장 윗길은 단목령으로 가는 길이였나 보았다. 예정 없이 떠나는 여행도 묘미는 있지만, 사전 지식이 없어, 집에 돌아와서 후회하며 미련감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곰배령에 미리 등록하고, 찾아 올라가 봐야 하겠다.

 

 

곰배령 가는 진동계곡

 

 

 

곰배령 주차장 바로 아래의 한옥 펜션

 

 

 

 

곰배령 주차장 위, 비포장 차도 끝지점의 주택, 하늘 아래 첫 집인 셈이다.

 

 

탈속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곰배령을 찾았지만, 곰배령은 오르지 못하고, 입구 근처에서 손때 묻어 오염된 속세만 보고 온 셈이었다. 좋다는 곰배령 근처에까지 가득 찬, 펜션에 별장들 모습에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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