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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향기

장욱진 古宅

 가을의 마지막 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인가 싶다. 갈피 잡을 수 없는 날씨의 변덕은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종잡을 수 없다. 갑자기 추워져 살을 에는 듯하다가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운 훈풍이 거침없이 불어온다. 한동안 추웠으니, 12월 겨울을 맞아 강추위도 다가서리라 싶기도 하다.

 한동안 카메라를 쥐지 못했다가 비 오는 날, 그것도 빗속에 장욱진 고택을 찾았다. 두 번째 방문인데도, 난개발 지역인 용인시 구성 마북동에 있는 장욱진 고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의 연보에 따르면 장화백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건 1986년으로, 옛 가옥을 사들여 그 옆에 1989년 양옥을 완성하여 살았단다. 그리고 1990년 12월 27일 타계했으니, 실제 거주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을씨년스러운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적막한 고택을 지인과 함께 한참을 머물며, 고인의 행적을 더듬어 보았다.

 

고택의 정문은 푯말만 서있을 뿐 굳게 잠겨 있었다.

 

대문을 스쳐지나니 고택을 관리하면서 커피를 파는 집운헌이 나타나고 그 옆으로 고택으로 들어가는 쪽문이 보였다. 집운헌 뒤에는 장화백의 양옥집이 빗속에 서있었고...

 

 

 

 

쪽문으로 들어서니 행랑채가 나타난다.

 

행랑채 오른끝에서 바라본 풍경.

 

안채, 퇴락해가는 추녀를 받친 세 개의 기둥이 세월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었다.

 

안채의 뒷뜰 정자에서 내려다본 고택

 

안채 뒤, 언덕 위의 정자, 그리고 그 뒤 양옥.

 

안채 마당에서 올려본 정자와 양옥

 

행랑채 출입문에서 바라본 안채

 

구옥 담을 따라 양옥집으로 올라가니 왼편의 구옥 지붕이 정겨워 보였다. 전통기와는 아니더라도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비에 젖는 풍경들이 스산한 가을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고택 위의 양옥집, 창문을 널빤지로 성채의 요새처럼 막아 보기에 아름답지 않았다.

 

양옥집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놓인, 고인의 그림이 새겨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표석

 

양옥과 그 아래 구옥

 

양옥의 뒤편을 바라보며...

 

양옥 옆에서 비를 맞고 있는 여인상

 

연보 - '클릭'

 

작품 - '가로수'

 


80년대 말에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을 것이다. 야트막한 동산 아래 오래된 한옥이 고즈넉한 자연 속에 안겨 있었을 것이고, 그 뒤 조금 높은 곳에 이국적인 서양집이 동산과 어울려 아름답게 서있었을 성싶다. 개발이 가속화되며, 수도권의 변두리로 난개발 되어, 근대와 현대가 엉켜진 실타래처럼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뒷동산은 고층 아파트로 울타리 쳐져 있었고, 고택 주변에는 다세대 주택들이 난마처럼 서있었다.

고인 떠난 짧은 시간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택이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 생각되었다. 유명 예술가가 말년에 살던 집이라서 가능했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장화백 고택 주변이난개발 형태에서 벗어나 정리된다면 보다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기념될 수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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