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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철 이른 추석이라지만 날씨는 벌써 완연한 가을 날씨다. 하늘은 높아지고 일교차가 크다. 반팔 셔츠로는 외출이 민망할 정도로 서늘해진 기온에 스스로 놀란다.여름내내 비만 내려 작황이 좋지 않다는데, 가을은 성큼 다가왔다. 쏟아져 시장으로 나오는 빨간 사과나 배들이 탐스럽게 여물었다. 물가는 오르고 경제도 어렵다는데, 농촌만은 풍성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도시민들의 뿌리도 농촌이기에, 어렵다는 금년에는 농촌이라도 풍요로운 결실이 있어야, 우리 모두가 마음만이라도 넉넉해질 것이다.

1

노을 속으로 빨려가듯 날아가는 여객기, 노을 끝지지점인 인천방향으로 사라져간다. 출장 후 돌아오는 사람, 유학을 끝내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고국의 친지를 방문하러 오거나, 또는 관광차 오거나... 아무튼 제각각의 삶의 길은 다를지라도 한국에서 맞을 한가위는 모든 이의 가슴 속에풍성한 마음으로 들떠 있을 것이다.




2

저물어 가는 신도시를 지난다. 수년 전만해도 자갈밭이거나, 아니면, 논배미, 또는 푸성귀를 심던 채소밭에 수만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부목에 기대고 뿌리를 내리는, 저 도시의 나무들처럼, 고향 떠나 신도시에 정착한 사람들도, 조금씩 정비되는 도시의 기능들과 함께, 삶의 뿌리들을 조금씩 내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결코 그들을 키워준 고향을 잊을 수 없다.이제 풍성한 한가위를 그리며노을을 등지고 고향으로 떠나간다.


3


점점 차오르는 달, 늘 보는 달이지만, 한가위 달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객지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어쩐지 청승맞다. 엄마의 달콤하고 말랑말랑하며 따스한 체온도, 유년시절의소꿉친구도, 객지의 달빛 아래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고향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없어도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다. 말랑말랑하고 따스한 어머니의 체온이 이미 야위었어도, 천진난만했던 소꿉친구들이 그곳에 없어도,눈에 익었던 산천의 풍경이 바뀌었어도,여전히달콤하고 따스한 유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고향의 달이다.


애석하게도 금년 추석엔 비만 내린다는 예보이고 보니 보름달은 보지 못할 듯싶다. 그래도 고향 근처에 가면 가슴이 설레인다. 바람에 묻어오는고향의 냄새는 언제나 감미롭다. 아는 이 없이 객지가 된 고향이라도, 그곳에 서면 너무 많이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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