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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통영항과 통영중앙시장

  애석하게 거가대교를 통과하지 못하고, 해떨어진 직후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시내 좁은 도로는 서울 한 복판보다도 차가 많은 듯 싶었다. 통영 IC부터 통영항까지 40분 이상 소요되었다. 통영항 부근에서 차를 돌려 숙소를 잡고, 통영 중앙시장에 가서 활어회로 저녁식사를 하고 곧바로 잠자리에 빠져 들었다. 하루종일 차 안에서 보낸다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 듯 하다. 2일 아침 해 뜬 후식사를 위해 다시 통영항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로 식당마다 만원이었다.



1. 아침 햇살이 퍼질 무렵의 통영항



 

 

2. 통영 중앙시장

 

시장 입구부터 통영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엉키고 설키어 무척이나 어지러웠다.


시장 입구에선 수입 냉동갈치를 팔고 있었는데, 한 마리에 만 원, 엄청난 크기에 값이 참이나 헐해 보였다. 맛은 어떨지...


  플라스틱 함지와 바구니에 활어를 놓고 파는 시장 상인들... 손님과 흥정이 이루어지면 단칼로 숨통을 끊었다.


시장 안 깊숙히 자리한 횟집에서 새해 첫날 저녁을 먹었다. 이곳에선 횟감을 가져오는 손님들에겐 1인당 4천원씩 야채값을 받았다. 이곳도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벌써 두 번째 방문이었다.


시장에서 6만원에 구입한 능성어(?)와 광어회에 참이슬, 사연이 많은 저녁식사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으로 먹은 1인당 만 삼천원 짜리 대구탕, 이것도 역시 사연 많은 아침식사였다.


 

 

(1) 첫번 째 사연 - 다금바리 혹은 능성어, 혹은 막돔?


  사연인 즉, 세 명이 먹을 횟감을 고르다가 물에 담긴 채반에 돔종류로 보이는 검은 물고기와 광어가 얹혀 있는 것을 보았다. 손가락으로 채반을 가르키며, 그 값을 물으니 4만 5천원이랬다. 4만 2천원에 흥정하려는데, 그 활어 아줌마가 냉큼 검은 물고기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흥정 중에 일어난 일이라, 깜짝 놀랐지만 어쩌지 못하고 살 수밖에...그런데, 활어 아줌마는 검은 물고기만 대충 손질해 주었다. 아줌마의 행동이 수상해서 광어도 달라고 하자, 그녀는 검은 물고기만 4만 5천원이었다는 것이었다. 광어는 별도로 만팔천원을 내라는 것이다. 그 때, 순간의 상황들이 주마등처럼 어지럽게 돌아갔다. 세상에 이런 경우가... 우리가 그런 경우없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며, 자리를 털고 그냥 가려고 했다. 옆에 있던 동료상인이 물고기도 모르는 사람들은 집에 가만히 앉아나 있지 뭘 먹겠다고 돌아다니냐는 등, 험한 말들을 자유분방한 그녀의 용모만큼이나 함부로 쏟아 내었다. 순간의 상황들을 되돌려 재생하며, 그 아줌마와 경우를 따지려 했는데, 같이 갔던 충청도 양반이 그녀의 말대로 광어까지 얹어 만 8천원 더 주고 6만원으로 점잖게 계산해 주었다.

 그 활어 아줌마는 다금바리라며 원래 비싼 물고기란다. 오히려, 값싼 다금바리가 어디 있겠냐며 우리를 나무랐다. 물고기에 대해 무지하니, 당해도 할 말이 없긴 하겠다.

  횟집에 들어가 싸온 횟감을 건네며, 다금바리라던데, 맞냐고 물으니, 주방장이 다금바리라고 생각하며 먹으랜다. 다금바린 몇 번 먹어보긴 했는데, 진짜 다금바린지, 돔인지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며칠 전 TV 소비자 고발에서 베트남 하롱베이 관광지에서 파는 다금바리는 가짜라고 말하던데, 내가 하롱베이에 갔을, 그 때도 조그만 접시 위에 얄팍하게 깔린 그들만의 다금바리를 1인당 30불을 주고 어거지로 먹었었다.

  우리가 먹은 그 거무스름한 활어가 능성어인지, 돔인지 모르면서 치른 값에 은근히 부아가 나기도 했지만 새해 첫날에 큰소리가 오가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아서, 달라는 대로 값을 치뤄준, 충청도 홍성양반 김부장의 넉넉함이 은연중 고마울 뿐이었다.

 

 

(2) 두번 째 사연 - 대구탕


  새해 둘째 날, 아침 식사하러, 전날밤에 찜해두었던 복집으로 갔는데, 문 열자, 식당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외지 손님들로 그득했다. 되돌아 나와 통영 중앙시장을 기웃거리며, 아침식사할 곳을 찾았는데, 문 연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시장 아래 쪽으로 다시 내려와 골목 중간 쯤에 복집이 있어서 그리 들어갔다. 식당 안이 텅 비어 있었고, 우리가 첫 손님인 듯해서 식당 안쪽 방에 들어가 앉아, 복국을 주문하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기다리는 사이 관광객 그룹이 들어와, 식당 안이 다 차버렸다. 그때 밖에 있던 쥔 아낙이 우리보고 우리가 앉은 자리는 예약석이니 자리를 비우랬다. 우리는 이미 20분여 기다렸었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다 차버렸는데...단체 손님들이 안됐다는 듯, 우리에게 한 구석을 내주며, 앉으라는데 출입문 바로 앞, 좁은 자리였다. 무슨 곁방살림 차린 것도 아니고해서, 그냥 그집을 나와버렸다.

  골목길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아침식당을 발견하고는 방안에 들어가 앉았다. 대머리주인아저씨가 물메기탕과 대구탕이 좋으니, 주문하랬다. 우리는 식성대로 물메기탕 둘, 대구탕 하나를 주문했더니, 하나로 통일해서 주문하랜다. 물메기탕은 먹어보지 못했으니, 검증된 대구탕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주문하고나서 40여분을 기다리고나서야 문제의 만삼천원 짜리 대구탕을 먹을 수 있었다.

  통영이 좋아 통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한 순간에 날아 가버렸다. 관광객이 넘친다고, 그렇게 배짱 장사를 해도 되겠는가 생각하니, 참으로 우리 현실이 우울해졌다. 시장 상인들은 대기업의 문어발 체인점인 SSM마켓(기업형 수퍼마켓)에 분노하며 대기업체 상점의 입점을 반대하고 농성도 벌인다. 우리도 약자의 슬픔에 동정하며,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기도 한다. 얼마전 통큰 치킨 사건도 유사한 경우다.

  물건을 값싸게 사려고 시장에 갔을 때, 늘 유쾌한 경험만 있는가 반문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대부분의시장 상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서비스가 좋지도 않고, 결코 친절하지 않으며, 반품도 받지 않으려 하고, 까딱하면 육두문자 섞인 험한 말을 손님 면전에 날리기도 한다. 반면, 대기업 마트에선, 값싼 물건 하나에도 직원들은 항상 서비스 좋고, 상냥하며,친절하게 대해준다.

  서민들이 숨쉬는 역동적인 전통시장이라는 재래시장, 무수한 상점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전문 상가... 나는 우리 서민들이 그들과 사이좋게 공존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의 소수의 용팔이들이 재래시장 도처에 깔려 있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목전의 이익 창출에 급급해하는 한, 우리의 이웃인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제 발등을 스스로 찍을 뿐이다. 조선시대 백성을 사민으로 나누어 士農工商에서, 商을 최하위로 둔 것은 오늘날의 용팔이와 같은 사기성 때문일 것이다. 신용사회, 선진사회로 갈수록 상인이 대우받는 것은 그들의 서비스 정신과 신용이 밑바탕이 되어 자본사회의 바탕인 부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통영까지, 그 먼 길을 한 달 안에 두 번씩이나 찾아갔었는데... 정초에 한끼 식사 해결 때문에 박대당한 것은 우리 뿐이 아니었다. 달아공원에서 만났던, 한 부부도 주차장으로 변했던 거가대교에서의 답답함과 통영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에 마음이 꽤나 상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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