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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감은사지, 그리고 문무대왕릉

정초부터 하늘빛이 변화무쌍하다. 깜깜한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파랗게 열리기 시작했다.그리고, 엷은 구름이 약간 번져있는 하늘로 산봉우리에서 빨간 태양이 솟아올라왔다.산 속을 달리는 차속에서 바라보는태양이라 선명하지 않았다.지나치는 산그림자들이 태양을 가리는가 하면,갑자기 나타나는 터널들이 시야를 가로 막았다. 다행스럽게도 흐리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었다. 그런데, 경주를 지나서 구불구불한 산길로 감포를 향해갈 때, 하늘엔엷은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 감은사지


바다로 향한 직선의 좁은 도로를 달릴 때, 차창 왼편으로 야트막한 산 아래에 서있는두 개의 석탑을 발견했다.전에도 이 길을몇 차례 지났는데, 그 때 보지 못했던 것은 왠 일일까, 스스로 반문하며, 탑의 아래 동쪽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문을 열고 밖에 나서자마자, 차가운 강풍이 사정없이 몰아쳤다.두툼한 파카로 상체를 감았음에도 바람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안내문을 흘낏보고 절터의 동쪽 계단을 통해 드디어 감은사지에 올라 갔다.

계단에서 오른, 절터의 동쪽 후면에서 바라본 3층 석탑.


감은사 절터


전면 동쪽 끝에서 바라본 3층 석탑


절터의 남쪽 전면중문터에서 바라본 3층 석탑




2. 문무대왕릉


감은사지에서 나와 감포에서 부산으로 가는 국도에 접어들었다. 동해의 푸른 파도가 뿌연 하늘아래 펼쳐져 사납게 몰려들었다. 문무대왕릉 앞 해변은 전보다 많이 정비되어 있었다. 십수년 전에 없었던 주차장도 생겼고, 난잡했던 가건물들도 깨끗히 치워냈다. 사나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추위에도 불구하고많은 탐방객들이 몰려 있었다. 그들 틈을 비집고 파도 너머로 문무대왕릉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었다.

사나운 파도에 신이 난 건 갈매기들인가 보았다. 세찬 바람에도 불구하고, 파도 위를 힘차게 비행하며, 오히려 바람을 즐기는 듯했다. 어쩌면, 파도가 세찰수록 먹이감인 물고기들을 쉽게 사냥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동북쪽의 감포항


감은사지와 문무대왕릉은 대왕의 호국의지로 성사된 곳이다. 해안을 따라 신라인들을 괴롭히던 왜구들의 노략질이 얼마나 컷으면, 죽어서 용이되어 그들을 물리치고자 했을까. 대왕의 애국 애민정신이 삼가 옷깃을 여미게 했다.

참으로 우리의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다. 대륙 동쪽 끝에 붙은 자그마한 반도국가로 살면서 대륙의 침략을 수없이 받아 왔고, 동남쪽 섬나라 왜구들로부터 수많은 노략질을 당해 왔었다.풍전등화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기의 역사 속에서 흔들리는 촛불로 수천 년을 살아왔다. 대륙과 해양의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의 운명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그런 틈새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이 문무대왕릉에선 보다 당당하게 우리를 보전하며 살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 가슴을 친다. 죽어서라도 이 나라, 이 백성을 지키리라 마음 먹었던 대왕의 호국정신을 잊지 않는다면, 백성들도, 위정자들도,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특히 위정자는 진실로 공명정대하게국가와 백성들을 섬겨야할 것이며, 백성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위해 소인배들에게 부화뇌동하여 눈앞의이익만을 탐할 것이 아니라, 양심있고, 경우바른 삶을 위해 올곧게 살아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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