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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소리

어느 새 해가 짧아지고,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진다.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도 벌써 기억 저편으로 물러갔다. 벌써 따스한 햇살이 그리워지는 것일까. 양지쪽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나뭇잎은 봄부터 여름내내 푸른 꿈을 키우며 새빨갛게 불타다가 이젠 떨어져 빗자루에 쓸려 치워진다.

자연은 한 해를 이렇게 명쾌히 마무리 지으며, 붉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 사이로 계절이 지나는데, 내 무거운 한 해의 업은 내 머리 위로 또 한 겹 쌓여 간다.


 

 

 

 

 





한 해가 저물며 지나는 소리에, 두보의 쓸쓸한 노래가 떠오른다. 전란을 피해 이곳 저곳으로 떠돌아 다니던 그가 49세 때 늙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江村(강촌)"으로 노래했다.

淸江一曲抱村流 (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 한 구비, 마을을 안아 흐르고,
長夏江村事事幽 (장하강촌사사유) 긴 여름 강촌엔 일마다 그윽하네.
自去自來堂上燕 (자거자래당상연) 스스로 가고오는, 집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鷗 (상친상근수중구) 서로 친하며가까운,물 가운데 갈매기로세.
老妻畵紙爲碁局 (노처화지위기국) 늙은 아내는 종이에 장기판을 그려 만들거늘
稚子敲針作釣鉤 (치자고침작조구)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고기 낚을 낚시를 만드네.
多病所須唯藥物 (다병소수유약물)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것은 오직 약물이니
徵軀此外更何求 (징구차외경하구) 보잘 것 없는 이몸이 이것 밖에 또 무엇을 구할까.

나이가 들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은 삶의 무게 말고, 먹을 약의 숫자가 주름살 만큼이나 늘어가는 것이 아닐는지. 오늘날 두보가 살았더라면 최소한, 약 걱정은 덜 했을텐데...

낙엽이 지면서 해가 짧아지는 것이 사람을 감상에 한없이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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