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mage

상처(傷處)

 9월 2일 아침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 뒤, 오후에 뒷산에 올랐는데, 등산로가 모두 막혀있었다. 굵은 참나무와 아카시아 나무들이 빗물에 흠뻑 젖은 무른 땅과 자신의 몸에 불은 물의 중량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센 바람에 뿌리째 뽑혀 쓰러져 등산길을 막고 막았다. 지난겨울, 폭설이 내렸을 때도 나무들이 쓰러지긴 했어도 이번 곤파스의 위력에 비하면 별 것 아닌 성싶다. 쓰러진 나무들을 헤치고 우회하여 산에 올랐으나 곳곳에 쓰러지고 찢긴 나무들의 잔해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고 아직 여물지 못한 밤송이들이 허무하게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자연의 힘을 어찌하랴. 산 골짜기에 쓰러져 썩어가는 고목들, 그 고목들도 자연의 일부인 것을...

 

 

 

 

 

 

 

 

 

 

 

 

 

 

 

 날씨는 아직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먹구름 속에 소나기가 간간 내리다가 오후 들어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하늘 색깔이 8월의 무더운 땡볕 속의 하늘과 사뭇 달라져 보인다. 가을이 성큼 다가섰는지, 햇살도 제법 기울어져, 낮 길이도 많이 짧아져 아쉬움이 크다.

 쓰러진 나무들을 피해 산행하느라 시간을 두 배쯤 지체한 것 같았다.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또, 한 해를 보낼 준비를 해야 하나보다.

'im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풍경  (0) 2010.09.18
한강 풍경  (4) 2010.09.16
도심 속의 피서  (2) 2010.08.16
소나기(2)  (0) 2010.08.07
소나기(1)  (2) 201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