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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나라 관곡지

 연꽃의 계절, 7월에 연꽃나라 관곡지에 다녀왔습니다. 초행이라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가다가 두 번이나 길을 놓쳐 조금 지체했지만,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햇살이 변덕을 부리는 무더위였지만, 관곡지의 연밭은 장관이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사람의 키만한 연잎과 꽃들이 온몸으로 하늘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연밭에 들어가 조심조심 연잎들을 헤치며 둑사이로 걷다가 이내 포기해 버렸습니다. 질척한 진흙땅을 감내하기 어려웠고, 울창한 연잎들을 헤치고 나갈 여력도 없었습니다. 연밭에서 나와 조금 걷자, 연 재배 시험장이 나타났습니다. 여러 종류의 연꽃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내 생애 이처럼 많은 연잎과 꽃들을 본 적이 없었기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연구경만으로도 포만감을 느꼈드랬습니다.

 

 

 

해바라기는 덤으로 한 장 올려 봅니다.

 

관곡지에서 얻은 자료를 보니, 연으로 가공한 식품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연을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을 현지에서 팔기도 하던데요. 그런데, 갑자기 깨끗하지 않은 진흙에서 자란 연은 독성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처님이 어느 날 제자들에게 강론을 위해 들어오시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연꽃 한 송이만을 들고 제자들을 둘러보셨다지요. 제자들이 의아하여 말없이 멍하니 부처님을 바라보았답니다. 그런데, 그중에 가섭이란 제자만이 부처님을 바라보며 살며시 웃자, 부처님께서도 미소로 가섭에게 화답했더랍니다. 가섭만은 부처님의 마음속에 있는 연꽃의 상징적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마음이 연꽃을 매개로 해서 통하게 된 것이죠. 그리하여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하게 되는 것을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라고 하게 되었답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입니다. 부처님의 뜻이 연꽃 속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우리가 보는 부처님은 항상 연꽃 좌대에 앉아 계십니다. 대승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의 생태는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연꽃의 덕성은 첫째, 처렴상정이랍니다. 연꽃은 깨끗한 물에서는 살지 않습니다. 더럽고 추하게 보이는 물에 살지만, 그 더러움을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묻히지 않는 답니다. 이것은 마치 불자가 흙탕물과 같은 세속의 더러움에 빠져 있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아름다운 자비심의 꽃을 피우는 것과 같답니다. 우리도 흔히 속세라고 말하는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존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두 번 째는 화과동시랍니다. 화과동시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는 의미입니다. 보통의 식물들은 꽃이 지고 나서 열매가 맺히지요.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것을 '연밥'이라 하는데, 즉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수단이며 열매의 원인인 것이랍니다. 그런데, 세상사의 이치는 원인에 따라 결과가 생기게 마련인데, 연꽃은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지요.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결과가 다시 원인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인과동시라고도 합니다. 이 꽃과 열매의 관계를 인(因)과 과(果)의 관계라 할 수 있으며 인과의 도리는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랍니다.

 

셋째로는 연꽃의 봉오리 모양이 마치 우리 불교신도가 합장하고 서 있는 모습이랍니다.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경건히 서 있는 불자의 모습은 마치 한 송이 연꽃이 막 피어오르는 것과 흡사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진공묘유(眞空妙有)를 하나 더 넣기도 한답니다. 연꽃의 씨앗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고 있다가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싹이 틉니다. 우리가 자기도 모르게 만드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지요. 연꽃의 마지막 덕성은 자비심을 키워서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것이 바로 깨달음의 삶임을 말해 줍니다. 깨닫고 난 다음에 이웃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눈을 돌리는 바로 그 순간이 깨달음이란 이야기지요. 이러한 덕성을 지니고 있기에 연꽃은 불교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것이지요. 부처님 가르침의 상징적인 연을 중생들이 섭취하는 것만 해도 불경스러울진대, 독성여부로 회의적 생각을 가져보았다는 것이 송구스러워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매우 유익한 식품이었습니다. 연꽃이나 연잎을 말려 차로 달여 먹는데, 남자에겐 강정 작용을, 여성에겐 피부미용과 생리를 원활하게 해 준답니다. 연근은 열을 내려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진정작용(신경과민이나 스트레스, 우울증에도 도움)을 하며, 풍부한 무기질로 비타민C, 리놀레산, 식이섬유 등이 뼈의 생성과 촉진, 배설 촉진, 피부건강 유지 등에 효과가 좋답니다. 연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도 주고, 식품으로서도 중생들을 구원해 주는 고마운 존재임을, 관곡지 방문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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