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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산

 3월 중순임에도 밤새 내린 폭설로 또다시 한겨울을 맞은 미명에, 땅끝마을 해남을 향해 불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다행히 차도에는 길이 살짝 얼어붙은 정도여서 차량운행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또한 하늘이 맑아 행선지에 도착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고속도로로 나가자 도로 옆 나무들이 모두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있어서, 마치 영화 "의사 지바고"의 한 장면쯤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해남으로 접어들자, 빨갛게 갈아엎은 황토밭과 가로수로 심은 동백이 우리를 반기었다.  눈은 찾아 볼 수 없고, 싱그러운 봄 기운이 무르익고 있었다. 적어도 차 안에서는 봄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차가운 강풍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백꽃은 새빨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사나운 바람 속에서도 남녘의 봄 냄새가 묻어 있었다.



 달마산 등산로 초입,미황사.


미황사 뒤로 달마산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미황사 앞 달마산 안내도


미황사에서 시작해서 산 정상인 불선봉에 올라 좌측 관음봉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 송촌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로 2시간 30분 여 남짓한 짧은 산행이다.



 산을 오르는데, 경사가 급해 매우 가파랐다. 게다가 갑자기 몰려든 경상도 사투리의 억센 산악회원들로 엄청나게 붐볐다. 마치 해남땅이 아예 경상도로 바뀐 것 같았다. 경상도 사투리는 언제 들어도 억세다.


가파른 경사로를, 결국 앞 사람 엉덩이만 보며 올라가는 형국이 되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만...


중턱에서 잠시 쉬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미황사 가람이 조감도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진 능선과 바다, 농가들... 구름 그림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음영을 길게 드리웠다.


작아진 잡목 사이로 뽀족뽀족한 산봉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상이 가까워진 듯...



드디어 그리 힘 들이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가파르지만 높지 않은 탓이다. 남쪽을 바라보니 일렬로 늘어선 기암들이 많았다.


정상에서 동쪽 풍경. 농경지와 바다, 섬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우리가 가야 할 북쪽은 기암들이 그리 발달하지 않아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이 두륜산이란다.


정상의 안내판인데, 눈앞 전경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광고판이었다.


북쪽 방면 관음봉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 섬이 완도


북쪽으로 가기 위해 내려오며 뒤돌아 본 불선봉(달마봉).


대부분의 등산로가 능선으로 되어 있다.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전진했다. 뒷배경으로 희미한 산이 두륜산이다.


능선길이 제법 아기자기했다.


가끔은 칼바위 길을 만나기도 하고...




 바위길을 걷기도 했다.


높은 암봉을 만나면 우회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돌무더기들을 밟고 가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능선길이 아름다웠다. 아래를 조망하면 다도해와 농가, 들판이 어우러졌다.


관음봉 능선길.


뒤 돌아다 보니, 맨 뒷봉우리(불선봉)의 봉수대가 보였다.


역시 능선 위에서 지나온 길을 향해 돌아본 모습. 맨 뒤의 봉수대가 보였다.


앞으로 나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때론 바위에 붙어 개미처럼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돌틈으로 몸을 비집고 빠져나와야 하기도 했다.


암봉을 끼고 골짜기로 우회하기도 했다.


코스가 짧은 탓에 관음봉 능선에서 좌측 샛길로 하산 준비를 했다.


송촌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더 험했다. 수천 년을 쌓였을 돌더미 위로 조심조심 내려왔다.


암봉 사이 골짜기로 내려오는데, 골짜기라 위에서 굴러떨어진 돌들이 지천으로 널려 쌓였다.


돌더미를 가로건너기도 하며 하산했다.



노란 생강나무 꽃들이 꽃망울을 달마산 능선들을 바라보며 꽃을 피웠다.


능선 위의 돌조각이 굴러 쌓여 골짜기에 수북히 깔려 있었다. 험한 산봉들의 모습. 그대로 험한 모양으로 구르면서 깨어져 제멋대로 엉켜 있었다.


돌길을 헤치고 산 아래로 접어들자, 모성같은 부드러운 흙이 반가웠다. 기름진 흙을 받고 자란 숲향기가 진동했고... 돌길을 걷다가 흙길을 걷는 기분은 카펫트를 밟는 기분 이상이었다.


산자락을 완전히 벗어나자, 달마산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남북으로 주욱 뻗은 달마산 줄기는 북쪽에서 최남단 남쪽까지 종단해야 참맛을 알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안고 조금은 허전하게 내려왔다.


마을로 내려오니, 토하 양식장이 눈에 띄었다. 민물새우 양식은 처음보는 풍경이라 호기심에 들여다 보았지만, 새우는 보이지 않았다.


 두 시간 반 정도의 산행이라 아쉬움이 많았다. 등산하는 시간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몇 배나 길었으니까.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엔 여유있게 종단해 보리라 마음 먹었다.

산행 뒤엔 대부분 아쉬움이 많다. 날씨가 흐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날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고,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카메라 설정이 잘못되어 사진을 버렸을 때, 산행 후 자료들을 열람하다가, 스쳐 지난 그곳이 흙 속의 진주처럼 소중한 곳이었다면, 미처 챙겨보지 못한 아쉬움에 공허감까지 들기도 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새로운 곳을 방문하기 전의 호기심과 처음 보는 세상이 주는 경이로움이 크기에 언제나 들뜬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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