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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수리산

  광교산에 오를 때마다 서쪽에 있는 수리산 준봉을 바라보며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날을 잡았다. 인터넷으로 수리산 등반로를 검색한 후, 군포 도서관에서 출발하여, 태을초등학교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집에서부터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시간도 더 걸려서, 부득이 승용차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동군포 IC에서 빠져나가 군포 중앙도서관으로 갔다. 군포 중앙도서관 부근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아파트 상가에 임시방편으로 주차했다. 벌써 많은 행락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단독산행이라 지도 표시대로 옮겼지만, 임도 오거리라는 곳에 이르니,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인적이 없어 모처럼 한산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아래 지도의 2코스 - 5코스로 예상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였다.

군포 중앙도서관 - 임도 5 거리 - 슬기봉 전망대 - 칼바위 - 병풍바위 - 태을봉 - 태을봉 전망대 - 관모봉 - 관모 쉼터 - 태을초등학교 코스인데, 아래 지도에서 왼쪽 붉은 선 따라 산 능선 오른쪽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 슬기봉 코스로 향했다.

 

넓은 등산로에 인적이 드물었다.

 

평지가 끝나고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양쪽에 줄을 달아 놓았지만 매우 가파른 길이라 숨이 턱에 찼다.

 

 애석하게도 산 정상이 군부대였다. 정상에는 오르지 못하고, 철조망 아래로 우회하여 걸었다. 슬기봉 이정표는 사라지고 태을봉이 나타났다.

 

정상을 지나치려다 궁금해서 비탈을 오르니, 수암봉 가는 길이 나타났다. 수암봉은 인터넷 검색 때 나타나지 않았던 이름이라 호기심에 오르니, 산 정상 바로 아래를 빙 돌아 널빤지로 길을 내놓았다. 마침 그늘에서 쉬는 영감님께 수암봉을 물었더니, 서북쪽 먼발치의 산봉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수리산은 산봉우리들이 동그랗게 에워싼 모양새였다. 지나다가 보았던 수리산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이었는데... 노인과 한참을 얘기하며 쉬다가, 작별하고 태을봉으로 향했다. 지도에서 본 첫 번 째 봉우리가 슬기봉이라, 군부대가 있는 봉이 바로 슬기봉으로 착각했었다. 그런데, 조금 내려가니 슬기봉이 나타났다.

 

슬기봉 정상. 정상석은 없고 사진 푯말이 하나 서있다.

 

봉 앞으로 나오니, 시야가 탁 트여 멀리 수원 광교산이 보였다. 우측 끝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출발점이었던 군포 도서관이다.

 

이제 다시 슬기봉을 뒤로하고 태을봉으로 떠났다.

 

능선 위를 걷다가 능선의 뒷면, 서쪽이 탁 트여 서남쪽을 조망해 보았다. 오른쪽 끝 봉이 수암봉이다. 좌측은 처음 올라왔던 산봉우리이고...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라 등산로가 거칠었다. 날카로운 돌 길이 자주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니 좌측에 슬기봉, 가운데가 처음 올랐던 산봉우리, 그 옆 나뭇가지에 걸린 산봉이 군부대 레이더 시설이 있는 봉우리다.

 

칼날 같은 돌길 사이를 걸어 앞으로 나갔다.

 

지나온 산봉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까마득히 보였다.

 

전방으로 태을봉을 바라보며 걸었다.

 

 

한편 뒤돌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기도 하면서...

 

태을봉이 점점 가까워졌다. 능선을 타고 걷는 길이라 산길이 좋지는 않았다.

 

돌길이 나타났다. 능선이 돌길로 이어져 있다.

 

거친 암석 길.

 

뒤돌아보니 능선 따라 지나온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른바 병풍바위라는 곳인데 젊은 여인네가 날카로운 돌길 위에 서있었다. 그리곤, 이내 걸음을 성큼 옮겨 바위 저쪽으로 단숨에 내달았다.

 

나도 그 뒤를 따라 가볍게 건너뛰려 했는데, 길이는 짧지만 아찔한 절벽길이었다. 따라 건너려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병풍바위 아래로 험한 길을 밧줄 잡으며 엉금엉금 기면서 통과했다. 앞서 가신 분, 참 대단했다.

 

병풍바위 바로 위가 태을봉으로 수리산 정상이다. 옛날엔 수리산은 태을산이었단다. 태을봉이 수리산을 대표하는 산봉이 되는 것이다.

 

태을봉 쉼터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바로 앞에 큰 산은 관악산이다.

 

좌측이 관악산, 멀리 우측산이 청계산이다. 시계가 좋지 않아 선명하지 않았다.

 

태을봉에서 100m 아래 전망대에서 탁 트인 사방을 바라보며, 멀리 오늘 산행코스인 슬기봉부터 병풍바위까지 한눈에 조망해 보았다. 군부대 쪽 능선에서 서쪽으로 쭈욱 벋다가 솟은 봉이 수암봉이다.

 

같은 자리에서 바라본 수리산 동편 자락.

 

동쪽으로 시가지 끝 부분은 모락산, 그 뒤 멀리 있는 산이 광교산.

 

태을봉에서 내려와 이제 관모봉을 바라보며 전진했다.

 

관모봉 정상엔 태극기가 휘날렸다.

 

관모봉 정상. 바위에 봉우리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 옆엔 깃봉을 세웠다.

 

관모봉 너머로 태을봉이 보이고, 관모봉의 태극기는 힘차게 휘날렸다.

 

관모봉 아래 안양, 과천 방면...

 

관악산 뒤쪽으로 안양, 시흥 방면...

 

관모봉을 내려오며, 정상을 뒤돌아 보았다.

 

아래로 내려가는 부드러운 황톳길.

 

드디어 종점에 도착했다. 태을초등학교 바로 뒤 출구로 나와서 수리산 등반을 기념했다.

 

  태을초등학교부터 주차한 곳까지 2-3km를 걸었다. 평지를 걷는데, 이상스럽게 산길보다 더 힘이 들었던 것 같았다. 날씨는 봄 날씨 이상으로 더워 반팔 입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눈 내리던 3월이 바로 엊그제인데, 벌써 반팔이라니. 노랗게 피었던 산수유도 이제 끝물인가 보았다. 탈색되어 시들은 꽃잎이 지나가는 계절을 보여 주었다. 수리산을 뒷산으로 삼은 산본 신도시가 맑고 깨끗해 보였다. 나름대로 흐뭇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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