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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수원 화성의 밤

 모처럼의 밤나들이였는데, 성곽을 비추는 불빛에 고색창연한 화성이 참 곱게 보인다. 화성의 서문인화서문부터 북문 장안문까지의 공원을 불빛 따라 성곽 따라 한참을 걸었다. 간간이 날리는 꽃가루 향기가 밤하늘에 은은하게 번졌다. 공원 한쪽에서는 경쾌한 대중음악을 틀어놓고 아낙네들이 에어로빅 춤을 추고 있었다. 무대 위의 시범을 보며,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가볍게 날아갈 듯 율동하고 있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시끄러워 피해 갔을 텐데, 밤경치에 취했는지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성곽을 바라보며 바쁠 것 없는 걸음을 걸었다. 화성열차라도 타고 밤공기를 가르며 경치를 즐기고도 싶은데, 애석하게도 화성열차는 이미 끊겼다. 한양성 숭례문보다도 더 크고 아름답다는 장안문을 반환점 삼아 빙 돌아서 성 위로 올라서서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장안문은 한국전쟁 때 누각이 전쟁으로 소실되어 버렸다. 북문이라 부서지고, 남문이라 남았다는 수원 어린이들의 동요도 있었는데, 화성을 축조했던 설계도인 화성의궤를 보고, 전후에 완벽하게 복구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 위를 오가며 산책하고 있었다.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이 활짝 풀려서인지 여름밤만큼이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나 역시 만개한 꽃들을 보며 들뜬 마음으로 봄밤을 서성거리며 사춘기 소년처럼 걷고 있었다. 봄 향기 날리는 아름다운 화성의 밤길이었다.

 

 

화성의 서문,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서북 공심돈 성벽

 

 


장안 공원과 화성장대

 


화성의 북문인 장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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