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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기다림

  남녘의 매화 소식에도 불구하고, 기별도 없는 봄꽃을 보기 위해 뒷산에 올랐다. 언제나 제일 먼저 꽃을 피우던 골짜기 양지녘 생강나무로 가서 꽃망울을 살폈다. 일주일 전부터 망울이 잡혔으나 별 차이가 없었다. 꽃샘 추위를 겪어서 그런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발걸음을 옮겨 타박타박 산길을 걸었다. 음지쪽에 꽁꽁 얼어 먼지만 폴싹이던 오솔길이 녹아서 질척거렸다. 봄은 언 땅이 녹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얼었다 녹은 시골 진흙길을 요리저리 피해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까맣게 잊었던 이른 봄의 추억이 떠올랐다.

  참으로 봄은 지루하게 찾아온다. 제법 풀린 날씨에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양지녘에선 삼삼오오 무리지어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봄기운을 돋군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헤치며 뒷산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 왔다. 내려오는 길에 산수유 나무를 바라보니 역시 꽃망울이 부풀어 올랐다. 기다리기 지루해도 생강나무 산수유 꽃망울을 타고 봄은 찾아들고 있었다. 내일부터 주말내내 비가 온다던데... 행여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 얼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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