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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바다가 그리울 때

  바다가 그리울 때, 달려가곤 했던 경포해변, 나에게는 바다의 대명사인지도 모르겠다. 넘실대는 파도 가운데 오리 바위 십리 바위는 사시사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주변의 경관은 많이도 바뀌었다. 민박촌과 방가로가 즐비했던 70년대의 추억부터 말끔하게 정비된 오늘까지, 경포해변은 횟집에서 까페까지 현대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한 때, 여름철 경포는 바가지 상혼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여름 한 철 벌어서 일 년을 먹는다는 말로 바가지 상술을 합리화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름철에만 찾는 바다가 아니기에 말이 끄는 꽃마차도 준비되어 있었다.


  고속도로도 없던 옛시절엔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대관령을 넘어 여기서 텐트치고 야영도 했었다. 또는 청량리역에서 경북 영주를 지나 강릉에 도착하는 보통급행 야간열차를 타고, 이곳에 와서 저 푸른 바다를 향해 목이 터지도록 고함도 쳤었다. 왕복 2차선이나마 고속도로 개통 후엔 친구와 점심먹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한 걸음에 내달려, 경포에서 저녁 먹고 돌아왔던, 반나절치기의 치기서린 로망도 있었다. 대관령 아래로 터널이 뚫린 뒤, 더 가까워진 오늘날엔 거친 파도가 발자국을 쓸어가듯, 흔적도 없이 지워진 해변이 되었다. 이제 강릉까지 직선 전철이 놓이고, 올림픽이 열리면 또다른 모습으로 이 해변도 진화할 텐데... ...



1. 바다에 대한 로망 - 경포해변



2. 경포호와 정자


  "쪽배의 닻을 풀고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다. 조용하기도 하구나. 이 (경포호의)기상! 넓고도 크구나 저 (동해의)경계. 여기보다 (아름다움을)가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홍장의 옛얘기가 호사스럽다고하겠구나." 


  옛날부터 고위관리나 지역 유지들의 풍류터였던 호수 안의 정자는, 조선 선조 강원도관찰사였던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노래한 곳이다. 강문교라는 작은 다리를 경계로 안쪽으로는 경포호의 잔잔하고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바깥으론 넓고 넓은 동해의 장대함을 한 줄로 묶어서 노래하고는, 여기에 고려시대 유명한 강릉 기생이었던 홍장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풍류를 더했다. 경포 호수를 끼로남쪽으로 내려가면 조그만 다리가 있는데, 그곳이 강문교이다. 그 강문교를 건너면 바닷가의 강문회집들이 나타나는데, 애석하게도 바다 모랫가에 세운 축대 때문에 모래사장이 무섭게 바다에 침식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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