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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풍경

  날씨가 제법 풀렸다. 그러나,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아직 바람에는 겨울 냄새가 묻어 있었다. 작정하고 오른 것은 아닌데, 남대문길을 걷다 보니 우연히 남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보였다. 어린 시절, 시골 촌놈에겐 남산 케이블카는 엄청난 동경의 대상이었었다. 철들며 까맣게 꿈속에서 사라졌던 그 케이블카가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승강장까지 천천히 걸어가 왕복표를 8000원 주고 끊어, 생애 처음으로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팔각정에 올랐다.

 

  서울타워 아래, 드라마에서 가끔 보았던 무수한 자물쇠로 엮인 울타리를 보았다. 저마다의 사연을 적어서 굳게 채워 잠근 자물쇠 뭉치들... 문득, 형형색색의 자물쇠의 주인공들의 현재가 궁금해졌다. 자물쇠를 채울 때의 심정으로 하루들을 살아가야 할 것을... 지나가는 나그네의 바램으로도, 저 자물쇠들이 저마다의 소망처럼 행복으로 굳게 잠기기를 바랐다.

 

1. 너와 나의 약속들...

 

 

 

  팔각정 아래 공터에서 문화공연이 매일 열린다는데, 마침 조선무술을 시범 공연하고 있었다. 검술시범, 창술시범, 실전 시범 등등... 시범 검객들이 휘두르는 칼바람 소리가 날카롭고 매서웠다. 파란 대나무들이 칼바람에 잘려 사방으로 흩어져 날렸다.

  선비들의 나라였던 조선에 저런 검술들이 발전했더라면 외적들에게 무참히 짓밟히진 않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만 하나 가득 들었다. 땀 흘리며 시범을 보이는 청년무사들의 노고와는 다르게 슬프게 짓밟힌 역사만 가슴속에 울려왔다. 

  군대 가서 3년 동안 뺑뺑이 돌면서, 하사관들과 장교들에게 많이도 시달렸었다. 거기에 뺀질뺀질하고 포악한 고참병들의 횡포 또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군대에서 배운 건 인간성보다는 동물성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전우애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뜨겁던데, 내 실제의 경험으로는 전우애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뒷총 맞을 놈들은 꽤나 많았던 것 같았다. 왜 그리 철저하게 동물적 본성만 보여주었는지 모르겠다. 개중에는 괜찮은 사람들도 더러 있어서 나도 인간답게 생활해 보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나 역시 같은 존재로 비쳤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사병들의 부식부터 목재까지 중간에서 빼먹는 간부들은 왜 그리 많던지... 그래서인지 모든 비리는 군대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참으로 개선의 여지가 많은, 한 많은 군대생활이었는데,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좀 나아졌을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군대 가기 전엔 성선설을 믿는 편이었는데, 군대에서 성악설이 맞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은 국가의 최고의 임무이어야 한다. 모름지기 국방이 튼튼해야 백성이 편안할 것이다. 이젠 군대도 사회처럼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병들 스스로도 자신의 임무를 변명하지 않고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민주 군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2. 조선 무술 공연

 

 

 

 

 

 

 

 

3. 소소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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